▲<표2>인구 1천명당 급성기병상수 및 1년간 평균입원일수 비교(단위 : 병상, 일)
송상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급성기병상은 2001년 10만8224병상에서 2007년 12만5840병상으로 1만7616병상이 늘어났다. 무분별한 병상 증설·외래 확장·고급화·첨단화 경쟁과 환자들의 대형병원 선호현상이 상승효과를 발휘하면서 환자 쏠림현상도 가속화 되고 있다. OECD국가들이 불필요한 의료비증가 억제를 위해 병원의 신규설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최근 5년간 종합병원은 283개에서 311개로, 병원은 967개에서 무려 2배인 1880개로 증가했다.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수술도 병원에 따라 4배 이상 차이 불합리한 진료비 지불제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원지불제도는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곱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 수가제이다. 진료행위를 늘리면 진료비도 그만큼 많아지는 구조이다. 여기에 자기공명영상촬영기(MRI) 등 고가의료장비 등은 대부분 비급여여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건강보험공단은 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공급자 대표와 매년 점수와 단가를 정하는 수가협상을 하는데, 올해에는 평균 2.05%로 수가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대로 의료비 증가율은 매년 12% 이상이나 된다. 현 구조로는 수가협상을 통한 의료비관리가 불가능하며, 한 해 진료비가 얼마나 지출될지 예측할 수도 없다.
프랑스, 독일 등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이 사회보험방식인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병원진료비를 총액계약제로 하고 있다. 보험자나 정부가 병원대표자와 협상을 토대로 매년 진료비를 총액으로 묶어 계약하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예측 가능한 진료비예산으로 수요와 공급에 대한 총체적 관리로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가능하다. 병원들 역시 보건의료재정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여 재정이 위협받는 과도한 의료서비스를 지양하게 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럽 국가들은 다양한 형태로 자국의 의료 환경에 맞는 포괄수가제(DRG, 수술 및 입원질병에 대해 정해놓은 진료비로 정액 지불하는 진료비지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동일한 입원질병이나 수술질병에 대하여 병원마다 가격차이가 나는 불합리를 제거하면서 병원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병원의료의 질 수준을 맞추려는 목적에서이다. 불필요한 입원일수도 발붙일 곳이 없다. 독일은 2004년부터 전체 병원들이 이를 도입했으며, 프랑스는 2012년 전면시행을 앞두고 준비와 보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웃의 대만 역시 주요 상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일질환의 수술비가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를 보면 위암 수술비는 500만원까지, 같은 골절 수술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1997년부터 편도선수술, 맹장염수술 등 7개 상병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병원의 임의선택이어서 참여율은 저조하다. 진료권 침해라는 의사들 저항에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가 중에서 병원에 대한 진료비지불이 행위별수가제인 곳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최하위, 외래진료 건수는 최상위2007년 우리나라의 활동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1.7명으로 터어키 1.5명에 이어 최하위이며, OECD국가평균 3.1명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외래진료 건수는 OECD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로 최고수준인, 그야말로 기형적 모양을 하고 있다. 1위인 일본도 연간 외래진료 건수가 2002년 14.1회에서 2006년에는 13.6회로 줄었다. OECD국가평균도 2002년 6.9회에서 최근엔 6.8회로 감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2년 10.6회에서 2005년에는 11.8일로 증가했다. 각국이 외래진료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우리만 최고수준에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3월15일 건강보험공단 통계에 의하면 2007년 1인당 평균 입내원일수에서 14.96일이었던 외래가 2009년에는 16.07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외래진료가 더욱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