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만화 <내가 살던 용산>(좌)과 김수박 작가(우)
만화규장각
2008년 이미 '기륭전자' 농성에 관한 만화를 기획한 바 있었던 김수박 작가는 사정이 있어 작품을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만화 매체의 사회 참여 역할에 대한 고민을 늘 가슴 한쪽에 남겨두고 있던 터였다. 그는 김홍모 작가의 제안에 적극 힘을 실어줬고, 이후 김성희와 신성식, 유승하, 앙꼬 등이 뜻을 모았다.
서울 순화동에서 10년 넘게 한식당을 운영하다 식당이 철거당해 북아현동 달동네 꼭대기로 쫓겨가야 했던 고 윤용헌씨, 고향을 떠나 20여 년을 살았던 수원 신동에서 고 한대성씨, 5년째 용산에서 삼호복집을 운영하던 고 양회성씨, 26년 넘게 용산에서 장사를 했던 고 이상림씨, 용인에서 13년 살던 집을 철거당하고 옮겨간 성남에서 또다시 철거당해 네 식구가 천막에서 살아야 했던 고 이성수씨까지.
고인이 된 다섯 명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작가들은 한 사람씩 맡았고, 그날의 긴박했던 '망루' 안 이야기도 한 편 넣었다.
김수박 작가는 윤용헌씨의 이야기를 맡았는데, 솔직히 직접 현장에 가보기 전까지 그 역시 참사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았었다고. 철거민들의 농성은 그저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욕심처럼 보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취재를 해보니 그간 언론이 전한 말과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 "사람이 당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고 했던 고 윤용헌씨의 말이 그의 가슴을 쳤다. 대구와 서울을 오가는 취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작가들은 병원 영안실과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듣고, 필요하다면 감옥에 면회를 가거나 편지를 통하기도 했다. 그림 한 컷, 내레이션 한 줄까지도 '진짜'를 더해갔다.
"용산 앞에서 차가워지기 위해 노력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