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슬 선언에 이어 이화여대 07학번 심해린씨가 <'김예슬 선언' 앞에 교수님들의 양심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고려대와 이화여대에 붙였다. 사진은 심해린씨의 대자보.
서유진
존경하는 교수님들께 묻습니다. 왜 침묵하십니까? 언제까지 침묵하고 계실 겁니까?
'김예슬 선언'에 저는 심장을 찔렸습니다. 김예슬씨가 대학을 거부한 직후 많은 대학생들, 수백만 네티즌들은 잠 못 이루며 토론하고 슬퍼하고 분노했습니다. 대자보 옆에 장미꽃을 달아준 학생, 아이들과 대자보 전문을 함께 읽다 끝내 울어버렸다는 선생님과 중학생들, 내 마음과 똑같지만 함께하지 못해 부끄럽다던 대학생들, 미안하다고 고백하는 학부모님들의 글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김예슬 선언은 MBC 9시 뉴스와 TV, 일간지 1면에 보도되었고, 모든 포털의 메인에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이제 대학, 교육, 청년실업 이야기만 나와도 본능적으로 '김예슬 선언'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억합니다. 대학, 국가, 기업 그리고 기성세대의 '큰 탓'을 물으면서도, 잘못된 체제의 유지자였던 자신의 '작은 탓'을 물으며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던 그녀의 용기를. 우리 대학생이, 젊은 세대가, 우리 사회가 이런 거울 하나를 가졌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김예슬 선언의 사회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언론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이 사건을 외면했습니다. '자유·정의·진리', '진·선·미', '의에 죽고 참에 살자' 등 건립이념은 버린 채 '대학大學'을 취업학원으로 전락시킨 각 대학 총장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그들에겐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