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철 노약자석, 설마 노인들에게서 전철요금을 받아 저 자리를 저렇게 빈 자리로 남겨 놓으려는 것일까?
이승철
봄비가 촉촉이 내렸던 지난 15일, 어느 조간신문에 '노인들의 전철 무료이용 개선 문제를 놓고 정부가 고심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2008년도 전국의 전철과 지하철 영업 손실금액은 모두 9275억 원인데 무임승차 승객들로부터 요금을 징수했을 경우 손실액의 36%(3315억 원)를 줄일 수 있고, 무임승객의 80%가 65세 이상 노인들이라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관할부처인 국토해양부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해당요금의 20% 정도를 받는 방안 ▲연령과 소득에 따라 요금에 차등을 두는 방안 ▲출퇴근 시간이라도 요금 일부를 받는 방안 ▲1인당 이용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오후 도심 외출을 위해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승강장으로 내려가자 7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승강장 의자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들은 서로 아는 사이인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다름 아닌 조간신문에 보도된 노인들의 전철·지하철요금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심 시장 길 걱정하는 할머니들과 물건 배달 할아버지의 한숨"앞으로는 지하철도 공짜로 못 타게 되려나 봐요?""왜요? 갑자기 지하철 돈 내야 된대요?""아침에 애들이 신문 보고 하는 말인데 자세한 건 모르겠고, 암튼 공짜 전철 못 타게 될지 모른다고 하더라니까."할머니들의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듣다가 지하철이 들어와 함께 전철에 올랐다. 할머니들은 마침 자리가 비어 있는 노약자석에 나란히 앉았다. 그 옆에는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있었다. 할머니들에게 어딜 가시느냐고 물으니 동대문 시장에 간다고 했다.
동대문 시장이 동네 시장보다 물건 값이 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없게 되면 자주 이용하던 동대문 시장도 세 번 갈 걸 한 번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지하철·전철을 무료로 탈 수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그럼 이제 이 짓도 못해 먹게 생겼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