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재보존회 회장 일운 스님
김준희
야단법석(野壇法席). '야외에 단을 세우고 불법을 펼친다'는 뜻의 불교용어이다. 야단법석의 기원은 아마도 석가모니 부처가 오래전 인도의 영취산(靈鷲山)에서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설법했을 때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당연히 시끌벅적해지고 어수선해진다. 그러다보니 소란스러운 상황을 가리켜서 '야단법석을 떤다'라고 일반적으로 표현한다.
진정한 의미의 야단법석도 있다. 한국불교태고종의 총 본산인 봉원사에서 매년 주최하는 영산재(靈山齋)가 바로 그것이다. 3월 11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영산재가 열렸다. 실내에서 한 것이라 야단법석은 아니었지만, 무려 2만이 넘는 인원이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영산재는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영산재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13일 오후에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봉원사를 찾았다. 봉원사 주지스님이자 영산재보존회 회장인 일운(62) 스님은 영산재를 이렇게 소개한다.
"영산(靈山)이라는 단어는 인도의 영취산(靈鷲山)을 줄인 말이에요. 재(齋)라는 것은 나눔과 베풂을 의미하구요. 부처님이 살아계실 당시에 영취산에서 일반 대중들한테 6년 동안 법화경을 설법하셨어요. 그 영산회상(靈山會上) 모습을 재현한 불교의식이 영산재입니다."체조경기장에서 보았던 영산재는 불교음악과 무용이 한데 어우러진 장엄하고 화려한 의식이었다. 부처가 법화경을 설법할 당시에, 상방(上方)세계의 묘음보살(妙音菩薩)이 천동천녀(天童天女)를 거느리고 그 모습을 본 뒤 지상에 내려와서 춤을 추며 기뻐했다고 한다. 영산재 의식의 바라춤, 나비춤 등은 바로 그때 행해진 것들이다.
"영산재는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의식으로 불교에서 가장 성대한 의식입니다. 살아있는 자에게는 행복을 주고 죽은 자에게는 고통스런 이승을 떠나서 편안히 저 세상으로 가도록 해줍니다."영산재는 1973년에 '범패(梵唄, 불교음악을 지칭)'라는 이름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로 지정되었다. 1987년도에는 범패에서 영산재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 뒤 봉원사 등이 영산재보존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언제부터 영산재가 행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보통 영취산에서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시던 그 때를 기점으로 봅니다. 지리산 쌍계사에 가면 진감선사 대공탑비가 있습니다. 진감선사가 830년 경에 당나라에서 범패를 배워 와 처음으로 세운 절이 지금의 쌍계사인데, 그 당시에는 구슬 옥(玉) 샘 천(川), 옥천사였어요. 그 옥천을 따서 봉원사 내 옥천범음대학을 93년도에 세웠어요. 하늘의 소리라는 뜻의 범음(梵音)은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입니다."영산재는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누리는 의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