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의 법도 국가와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
KBS <추노> 홈페이지
극 중 대길이는
"조정이니 정치니 하는 것들이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라며 저잣거리의 법도와 국가의 법도가 다름을 강조한다. 늦은 19세기에나 등장할 근대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던 기존 사극과 달리 <추노>는 지배계급과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는 민초들을 조명함으로써 한층 리얼리티를 더하는데, 이는 현재 사회를 이루는 구성요소로서 국가와 한 축을 이루는 시민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그 당시보다는 근대국가의 통제가 더욱 강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분명 우리의 삶은 국가와 상관없이 영위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배계급과 전혀 다른 층위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지배계급이 결국에는 지배층이 만든 구조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비록 나이가 벼슬이 되는 상놈들의 저잣거리지만, 결국 그들 역시 조선의 봉건체제가 내리는 정치적 의사결정에 의해 삶이 좌우되는 것이다.
<추노>는 이를 소현세자의 죽음을 통해 보여준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조선 중기, 탐탁지 않은 왕세자의 죽음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사람들이 그 사건에 어떻게 휘말려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정치적 사건이 민초들에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국가의 통제력이 더욱 커진 근대국민국가의 구조 속에서 자유로운 개인이 어디 있을까? 비록 가시적으로는 이전의 독재국가가 더 큰 통제력을 지닌 듯하지만 그건 부분의 진실일 뿐, 현재 정부의 정치적 결정이 우리의 삶을 더 구획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민주적 절차를 통해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생명체에 어떤 파괴력을 지니는지 가늠하지도 않고, 많은 이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굳이 벌이는 현 정부. 그놈이 그놈이라며 정치에 무관심했던 우리 국민들은 그들의 정치적 결정으로 인해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과연 우리네의 삶이 여의도와 청와대로부터 자유로운가?
결국 <추노>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극을 보아오면서 영웅들의 칼날에 쓰러지는 민초들을 엑스트라의 죽음으로 여겨 왔지만, <추노>는 그들 민초 하나하나 구구절절한 사연을 지니고 있는 이들임을, 그리고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추노>에 등장하는 민초들이 꿈꾸는 세상이다. 그들의 꿈이 곧 지금 우리의 현실이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꿈이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