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진짜 반값 아파트'는 가능할까? 사진은 15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청약접수처에서 분양책자를 살펴보고 있는 한 청약예정자의 모습이다.
선대식
"'반값 아파트'라고, 서민주택이라고 해서 와봤어요. 근데, 이 정도로 비쌀 줄을 몰랐네요. 또 속은 것 같네요."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청약접수처에서 만난 문인숙(가명·58)씨의 말이다. 서울 수서동의 보증금 500만 원, 월세 10만 원짜리 26.4㎡(전용면적·8평)형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문씨는 970만 원이 든 청약저축통장을 들고 이곳을 방문했다.
보금자리주택 51㎡(22평)형의 분양가는 2억6990만 원(3.3㎡당 1190만 원). 문씨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금액이다. 그는 "저축액과 자식들이 보태주는 돈을 합쳐도 1억 원이 안 된다"며 "2억 원 가까이 빚져야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어떻게 서민주택이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청약예정자 김진수(가명·54)씨는 "요새 분양가가 너무 높아서 보금자리주택이 싸 보이는 것이지, 서민에게 비싼 아파트"라며 "진짜 '반값'이라면 3.3㎡당 분양가 수준은 600만 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진짜 서민주택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씨와 김씨가 지닌 '내집마련의 꿈'은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아파트 공급방식을 다양하게 분석한 결과, '반값 아파트'는 즉시 실현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미 여당 주도로 법제화가 됐다. 바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다.
말로만 반값인 보금자리주택... 20년간 주거비용만 6억5천만 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는 정부나 공기업이 소유하고 건물만 개인이 분양받는 방식이다. 2006년 '반값 아파트' 논쟁 당시 홍준표(한나라당)·심상정(당시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주장했다. 실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집값 폭등 탓에 많은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2007년 10월 경기 군포시 부곡택지개발지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됐지만, 정부의 의지 부족 탓에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 찍혔다. 하지만 부풀려진 토지·건축비를 걷어내자 집 구매자의 부담을 그 어떤 '반값 아파트'보다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실련과 <오마이뉴스>는 여윳돈 5천만 원을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장기전세(시프트)·토지임대부 분양주택 82.5㎡(분양면적)형을 분양받는 상황을 가정한 후, 이후 20년 동안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경우의 주거비를 계산했다.
최근 최고 100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열풍이 불고 있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는 3억1310만 원. 5천만 원의 여윳돈을 제하면 2억6310만 원이 필요하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 5% 적용)로 6천만 원을 빌리고, 나머지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금리 8% 적용)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대출금이 많다보니 이자부담이 막대하다. 월 160만 원의 이자를 내야한다. 20년 간 국민주택기금 대출(6천만 원)에 대한 이자는 6천만 원이고, 2억310만 원의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는 3억2496만 원이다. 원리금과 20년 간의 이자를 모두 합치면, 모두 6억4806만 원. 이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번엔 장기전세주택을 살펴보자. 분양가는 시세의 80% 수준인 1억5576만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민주택기금 대출(6천만 원)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4576만 원)을 받으면, 월 이자 부담액은 56만 원이다. 20년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경우, 총 소요비용은 2억3898만 원. 보금자리주택보다는 부담이 낮지만 여전히 서민들이 감당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반의 반값 아파트'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