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뜻을 기리며 도보 순례 중인 테라시타 다케시 씨
진주현
- '평화를 위한 도보 여행'을 계획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안중근 의사가 뤼순감옥에서 집필했던 <동양평화론>에서 동양평화에 대해 고민했던 안중근 의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그런 안중근 의사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 있는데 도움 될 만한 일을 찾고 있었죠.
그러던 중 안중근의사의 유묵이 보존되어 있었던 일본의 다이린지 사찰과 한국 안중근기념관 사이에 30년 동안 교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찰과 기념관을 걸어서 연결시켜보자는 의미로 도보를 계획하게 되었답니다."
- 그래도 직장까지 그만두고 이 추운 날씨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기 위한 도보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천주교 신자였던 안중근 의사는 사람을 죽이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성경말씀을 따라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기 전부터 그에 대한 대가로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고 해요. 그래서 1910년, 재판에서 항소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를 받아들여 31세라는 젊은 나이에 처형을 당했죠. 저는 여기서 '처형을 행한 이들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것으로 처형에 대한 대가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에요."
- 도보 루트는 어떻게 정하신 건가요?"도보 순례를 시작하기 전까지 생활협동조합에서 일을 해 일본 각 지역의 생산자 분들과 교류가 잦았는데요. 이번 도보 순례를 위해 퇴직을 3년 앞당겼기 때문에, 조기퇴직에 대한 보고와 지금까지 감사했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전화와 편지로 대신할 수도 있지만, 직접 뵙고 인사를 나누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생산자 분들이 계시는 지역을 연결 해 일본에서의 루트를 잡았습니다.
한국에서는 icoop 생협과 '인도행(인생따라 도보 여행)' 분들의 도움을 받아 루트를 정했는데요. 임진왜란, 일본의 강제 병합 등 역사 속 사건들과 연결 되는 도시들을 방문 해 보고 싶어서 부산 진해 진주 등을 기준으로 700Km정도의 루트를 잡았어요. 또 광주를 도보 일정에 포함 했는데요. 광주에서 5.18 민중 항쟁이 일어났을 당시 저는 28살이었는데, 그때 제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마음속으로 그분들을 응원하는 것 뿐이었어요. 민주화 투쟁으로 돌아가신 분들에게 예를 표하고 싶어 광주를 거쳐 가게 되었습니다.
아, 그리고 경상남도와 전라남도를 거쳐 서울로 가는 루트를 잡은 건 남도지방 음식을 맛보기 위한 이유도 있었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