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밤이 내리고...
이명화
갈매기들이 바다에서 나는 먹이를 따라 모여들고 이곳에서 멀어질 수 없듯이 바닷가 수산물시장 사람들은 또 그들의 생업을 따라 바다에 면한 시장을 떠날 수 없을 것이었다. 갈매기들도 그것들의 먹이, 목숨을 이을 먹이가 있는 바닷가에 기대고 살 듯 이곳 사람들도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시장의 활기는 삶의 원초적인 활기요 생존의 활기였다.
갈매기들의 힘찬 날갯짓은 그것들의 생존이 걸린 날갯짓이었다. 자갈치시장 안에서 해물탕 재료를 사고 나와 바로 맞은편에 횟집들과 곰장어구이 식당들이 즐비한 곳으로 가서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곰장어를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내가 먹질 못해 그동안 못 와봤다. 나는 번데기 모양 때문에 구수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먹지 못하는 것처럼, 곰장어는 적나라한 살빛과 핏빛 생김새 때문에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모처럼 자갈치시장에 나온 김에 남편은 곰장어가 먹고 싶다고 했고 나도 용기를 내서 가 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살아 꿈틀대는 곰장어를 미리 연탄불에 구워서 주어서 거리낌이 덜했고 처음으로 곰장어구이를 먹어보았다. 이게 뭐가 맛있다는 것일까. 아직까지 곰장어가 맛있는 줄 모르는 나는, 곰장어 뒤에 나오는 볶음밥이 더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와서 어둑신한 한쪽 귀퉁이 난전에서 아주머니가 냉동꽃게를 팔고 있어서 몇 개 샀다. 어둠이 내린 이곳 자갈치시장에는 산 곰장어구이 집과 횟집마다 환하게 불을 밝혀 거리가 환했고 항구를 둘러싼 도시의 건물마다 불이 환했다. 저 멀리 시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산동네에도 별이 쏟아져 내려앉은 듯 불빛이 환했다.
어둠 속에 밝혀진 불빛으로 가난하고 누추한 삶을 덮어주고 있는 듯 했다. 밤이 되면서 바람은 더 차가웠다. 우리는 자갈치시장이 안겨주는 펄떡이는 생기를 안고, 처음 먹어보는 곰장어구이도 먹고, 문이당 서점에 잠시 들러 책을 사고 저녁 늦게야 집으로 돌아왔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공유하기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활기 넘치는 자갈치시장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