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선애
윤선애 팬카페
어떤 가수는 한 시대를 상징한다. 김민기가 70년대를 대표적으로 상징했듯 윤선애는 80년대를 상징하는 가수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예의 소름 돋도록 서늘하게 노래하던 80년대는 이제 아득한 과거가 되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거리에서 <오월의 노래>를 부르며 <그날이 오면>을 기약했던 많은 이들은 아직,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쓴 눈물로 절규하는 현실을 산다.
윤선애의 서늘한 음색이 더욱 선명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은데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을 관조하는 슬픈 침묵, 침묵 속에서 다시 상처받고 쓰러지는 이웃들.
희망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발목을 잡아채는 좌절의 반복을 견뎌내며 포기 않고 꾸는 꿈. 너무 '80년대 스럽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가 어떤 변화(진화)의 과정을 거쳤는지 작은 헤아림도 없이 그날처럼 함께이길 갈구한다. 어쩌면 그이들의 애타는 갈증을 축여주는 일조차 윤선애에겐 운명인지 모르겠다.
그가 약 2년만에 콘서트를 연다. 오는 13일 토요일, 서울 조계사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윤선애만의 서늘하지만 깊은 노래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콘서트 이름은 '윤선애씨, 어디 가세요? 2'다.
그날, 그곳에 가면 "때로는 우는 동생을 달래는 누나처럼, 때로는 실연한 친구를 토닥이는 친구처럼, 때로는 부드러운 게 가장 강한 힘임을 알고 있는 성숙한 여인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노래 부르는 그녀"를 만날 수 있다.
아프게 해후하시라. 성실하게 살아왔던 날들 만큼 진하게 윤선애의 노래와 함께 행복하게 슬퍼하시라. 눈물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이해 아니던가.
오래전 정해진 일로 그의 콘서트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작년 12월에 발매된 그의 음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며 위로한다. 한국포크의 대부로 불리는 김의철씨가 기획하고 기타연주까지 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윤선애가 어떤 색깔로, 어디 만큼 와 있는지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