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당 연못. 연못 가운데 섬에는 꽃무릇이 푸릇푸릇.
전용호
강선루를 지난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그냥 붙여놨을지라도 기분이 좋다. 길옆으로 신라 경문왕 때 도선국사가 축조했다는데 삼인당(三印塘)이 자리잡고 있다. 삼인이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삼법인을 말하는 것으로, 모든 것은 변하며 머무른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므로 이를 알면 열반에 들어간다는 불교 사상이란다. 연못 안 작은 섬에는 꽃무릇이 푸른 잎을 자랑하며 싱싱하게 덮고 있다. 여름에 붉게 피어나면 멋있겠다.
바라춤, 나비춤이 어우러지는 천도재삼인당에서 산으로 오르는 길과 절집으로 가는 길이 갈린다. 절집으로 길을 잡는다. 절로 가는 길은 조용하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오래 전에 생을 마감하고 몸체마저 부서져 언제 넘어질지도 모를 고목이 장승처럼 서 있다. 사람들이 고목에 염원을 하듯 동전을 올리고 소원을 빈다. 자꾸만 존재의 의미를 새겨주는 사람들 때문인지 마지막까지 쓰러지지 못하고 새로운 생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