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칼리만탄
녹색연합
가깝게는 우리나라 대관령도 원래는 백두대간 산줄기에 속하는 곳으로 오대산 국립공원부터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허리 즈음이었던 곳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원시림이었던 대관령에 대대적인 벌목이 이뤄지고 풀밭이 만들어졌다. 국민들에게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오랫동안 대관령 젖소목장이 운영되어 오다 최근에 젖소는 숫자가 줄고 대신 이국적인 풍경을 이용해 관광지로 쓰이고 있다. 원래의 용도가 사라지면, 다시 복원하는 것이 이치이나 이미 관광지 수익이 생기면서 복원은 점점 멀어져 가고 대관령 복원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에는 별로 귀 기울이는 이들이 없다.
인도네시아나 러시아 같은 곳의 원시림은 주로 종이를 만드는 천연펄프를 얻기 위해서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는 곳이다. 천연펄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펄프가 원시림을 벌목한 것이 아닌 '조림지'에서 생산한 것이어서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비록 조림지에서 나온 것이라 할지라도 애초 그 조림지가 어떤 곳이었는지는 말하지 않는다.
종이 원료인 펄프를 만들기 위해선 원시림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종이나무를 심어 그 나무가 자라면 또 베어내기를 반복한다. 종이나무란 전나무나 소나무, 아카시아나무(열대종), 유칼리나무 같은 성장속도가 빠르고 펄프를 많이 얻을 수 있는 나무들을 뜻한다.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섞여 자라는 수천 년 된 원시림과 단일 수종의 외래종만 있는 몇십년 된 나무농장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종이나무가 자라는 나무농장은 사탕수수나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원시림 속에서 살던 다양한 생물들이나 그곳에서 꿀, 연료, 고기, 약초를 얻던 원주민들도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게 된다. 나무농장의 나무들은 서식조건과 관계없이 심어지기 때문에 비료도 농약도 필요하다. 게다가 요즘엔 유전자조작 나무도 심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열대림을 베어낸 곳에서 만들어진 천연펄프가 제대로 쓰이고나 있는 걸까? 한번 쓰고 버려지는 수많은 종이가 사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원시림 속에서 자라던 수천 년 된 나무였다는 걸 사람들이 안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사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약 40% 가량은 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종이는 재생펄프로 되돌리기 쉽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 재활용이 가능하고 이 과정은 천연펄프를 만드는 과정보다 훨씬 깨끗하고 효율적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재생펄프로 만들어진 재생종이를 사용하는가다. 몇 해 전 전세계인의 베스트셀러인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재생종이로 출판되면서 재생종이가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단체의 요청으로 제7권이 재생종이로 출판되었고, 나아가 지난해엔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재생종이 출판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또 중고등학교의 국정교과서도 재생종이로 출판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출판이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면, 보통의 시민들이 정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화장지를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것으로 바꾸는 것.
우리가 천연펄프라는 말을 가장 자주 접하는 것은 화장지 포장지에 적혀 있는 문구에서다. 천연펄프 100% 화장지는 마치 그 말이 굉장히 친환경적이고 자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자연을 착취해 얻는 화장지라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화장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것이다. 한번 쓰고 버리는 화장지만이라도 재생종이로 만든 것으로 바꾸는 아주 사소한 실천 하나가 아마존의, 대관령의, 인도네시아의 눈물을 한 방울 닦아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정명희님은 녹색연합 정책실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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