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송보송한 애기솜털이 한들한들 바람에 나부낀다.
조정숙
잎보다 꽃이 먼저 피며, 꽃잎이 없고 꽃받침이 꽃잎처럼 보이는 노루귀는 꽃잎이 6~8장정도이며 햇살 좋은 양지에 보일 듯 말듯 피어나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꽃이 피어있는 것조차 모를 지경이다. 봄바람난 여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분홍색과 순백의 청순함을 자랑하는 흰색이 섞여 가녀린 발레리나 같은 모습을 한 노루귀가 수줍게 피어난다. 봄을 맞은 생명이 노루귀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다.
수북이 쌓인 눈 속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는 자신의 몸으로 열을 발산하여 눈을 조금씩 녹이고 꽃을 피운다. 바깥 온도와 싹이 트는 눈 속의 온도차는 거의 10도쯤 차이가 날 정도라고 하니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영흥도 통일사 뒤편 산자락에는 노란 복수초가 새치름하게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며칠 후면 산자고와 노루귀 등 다양한 야생화가 피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을 것이다. 산 정상에는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소사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식물들에게 물을 주지 않으면 종족 보존을 위해서 빨리 꽃을 피워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게 한다던 아버지의 말이 생각난다. 연약한 꽃들이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척박한 땅에서 처절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