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도서출판 레디앙, 2008년)의 저자 목수정씨(42세)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만났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파리의 자유여성' 목수정씨(42)를 파리 마레(Marais)지구에 위치한 보쥬(Vosges) 광장에서 지난 3월 1일 만났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도서출판 레디앙, 2008년)의 저자. 현재 프랑스 남자와 동반자가 되어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결혼 한 적이 없다. '팍스'(PACS:시민연대계약)만 했을 뿐이다.
목수정씨는 프랑스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은 방법에 대한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으려면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하나의 정답만 강요하는 한국사회와는 다르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 낳기'는 프랑스의 출산율을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프랑스는 한 해 출생아의 50% 가까이 결혼 상태가 아닌 커플에 의해 탄생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문화의 경직성도 바뀌어야 할까? 아직 이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때 이르게 느껴질 것이다. 목수정씨는 한국도 프랑스처럼 남녀결합 방식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진보가 이뤄져야겠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사랑'의 깊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산업은 발달했지만 사랑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반문했다. "결혼의 신성함, 도덕성은 여성에게 100% 요구하면서 (남성들이 소비하는) 성산업이 번창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행복한 커플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나?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아서 키울까?"라고.
- 왜 결혼을 하지 않나? "아직도 결혼이라는 제도는 여성에게 불리하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어려워하고 아이 낳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사 지내야 하고, 시부모의 명령에 복종해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 나는 결혼이라는 족쇄를 견딜 수 없었다. 실제 몇 번 결혼을 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전에는 항상 악몽을 꾸었다. 구두에 진흙이 묻어 있는 꿈이었다. 웨딩드레스가 참 안 예뻐 보이더라."
- 프랑스엔 미혼모라는 단어가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한국사회에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이라는 약속을 하고 그 안에서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다는 한 가지 정답만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프랑스 사회에선 정답이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왜 결혼 안하냐고? "프랑스엔 정답이 없다"<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책에 보면 '시민연대계약(일명 '팍스'라고 불린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개념이다. 실제로 현재 칼리의 아빠(희완)과 시민연대계약을 맺고 살고 있는 목수정씨에게 이 제도에 대해 물었다.
- 시민연대계약에 대해서 설명해달라."처음에는 동성애자 커플의 혜택과 복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함께 사는 동성애자 커플 중 한 명이 죽으면 남은 상대는 상속을 비롯해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러한 불합리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동성애자보다 이성애자들이 훨씬 많다. 1999년 통과되었는데 10년 동안 투쟁해서 쟁취한 결과다."
- '팍스'의 과정은?"두 사람 모두 결혼과 팍스를 안한 상태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만 구청에 제출하면 된다. 여기에 상호간에 어떤 계약으로 할 건지 계약을 쓰기도 하는데 이건 의무사항은 아니다."
- 어떤 계약을 쓴다는 건가?"예를 들어, 내가 죽으면 상대에게 전 재산을 상속한다는 등의 계약이다. 계약 내용에 제한은 없다."
- 프랑스에서 출생신고는 어떻게 하나?"결혼을 안했어도 가능하다. 팍스 상태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엄마 또는 아빠만 할 수도 있다. 대신 태어난 지 반드시 사흘 안에 해야 한다. 애를 방치하는 상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이곳에선 아기 이름을 반드시 미리 지어놓곤 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이는 부모의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 결혼이 팍스와 다른 점은?"결혼은 증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주례가 필요하다. 주례는 구청장이나 부구청장이 맡는다. 결혼식이 혼인신고 그 자체다. 그러나 팍스는 서류로 신청만 하면 된다. 팍스를 해제할 때도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신청해도 가능하다. 한 달 안에 해제가 된다. 반면 결혼했다 이혼했을 때는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합의하면 간단하지만 합의가 안 되면 오래 걸린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이혼중'인 커플들이 많다."
- 결혼과 팍스의 경우, 남녀의 재산은 어떻게 관리되나."결혼시 계약 안하면 이혼할 때 남녀의 재산은 무조건 반으로 나뉘게 되어 있다. 물론 아이가 있으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자신의 재산은 각자 관리한다는 계약을 해놓으면 남편이 소송에 걸려도 부인의 재산은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