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서 오물 난동, 업무방해죄 법적용은 잘못

대법원,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검찰과 유죄 인정한 1·2심 재판부 바로잡아

등록 2010.03.05 16:29수정 2010.03.0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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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민원실에 오물을 뿌리며 난동을 부린 것은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업무방해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대법원이 경찰청 민원실에 말똥을 뿌리며 난동을 부린 혐의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검찰의 잘못된 법적용과 이를 그대로 유죄로 판단한 1·2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은 것.

활빈단 홍정식 대표는 경찰의 보수단체 시위 진압에 반발해 2007년 7월16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정문 앞길에서 당시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경찰조직 안정위해 이택순 경찰청장은 용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불법시위를 벌였다.

또한 이날 경찰청 민원실에 들어간 홍 대표는 민원접수 경찰관의 책상 위에 플래카드를 펼쳐놓은 다음 준비해 간 말똥을 플래카드에 문지르고, 책상과 민원실 바닥에 말똥을 뿌리며 난동을 부렸다.

이에 검찰은 홍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고, 1심인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장수영 판사는 2008년 4월 홍 대표에게 두 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홍 대표는 "불법집회를 하거나 경찰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없고, 또한 경제적 사정이 매우 어렵고 사회활동 경력 등 제반사정에 비춰 벌금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인 서울서부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정학 부장판사)도 2008년 9월 홍 대표의 항소를 기각하고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익이 아닌 공익을 위해 범행에 이르게 됐다는 경위 및 동기에 참작할 바가 있으나, 동종 범죄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위력 행사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자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정상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 업무방해죄 유죄 인정한 원심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은 경찰청 민원실에 말똥을 뿌리며 난동을 부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에 대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며 1심과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홍 대표가 경찰청 민원실에 말똥을 뿌리며 난동을 부린 혐의(업무방해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는 그 보호법익과 보호대상이 다르다"며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해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해 처벌하겠다는 취지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공무원의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해 처벌할 수 없다는 것으로, 홍 대표의 행위는 '업무방해죄'가 아닌 '공무집행방해죄'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경찰청 민원실에서 말똥을 책상 및 바닥에 뿌리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린 행위가 위력으로 경찰관의 민원접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이유로 업무방해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업무방해죄의 성립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에게 사전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해 타인이나 공동체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서, 비록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해 나타내고자 하는 의견이 정당한 것이라고 해도 신고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1·2심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업무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말똥 #활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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