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주민의 한숨자신이 운영하는 전복 양식장을 둘러보던 박씨는 긴 한숨을 내뱉으며 기름유출사고가 빼앗아간 꿈에 허망해 했다.
정대희
빚만 늘어가는 피해주민의 마이너스 삶 박씨가 운영하던 양식장을 뒤덮었던 기름은 불과 몇 개월 만에 깨끗이 제거됐다. 이를 두고 각종 매체 등에서는 세계의 기적이라고 표현하며 빠른 방재작업 속도를 앞다퉈 보도했다.
더불어 눈에 보이는 기름이 제거됐지만 사고로 인한 피해영향은 몇 십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정부에서는 태안지역에서 어획되는 수산물에 대해서는 유통금지를 선언했다.
박씨의 계획대로라면 2008년 봄은 참으로 바쁜 한 해였다. 일부 다 자란 전복을 출하해야 했고, 그 자리에 다시 종묘를 입식해야 했다. 그러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양식장를 가득 메웠던 전복들은 기름 냄새가 진동해 모두 폐기 처분해야 했다. 그렇게 양식장 사업에서 손 놓기를 수개월, 박씨는 그 해 가을이 돼서야 수협으로부터 특별 영어자금을 대출받아 종묘를 입식하고 다시 양식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 년 가까이 양식장을 사실상 폐업하자 지난해부터 경제적 어려움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한 칸에 가로*세로 2.2미터인 70여개의 양식장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으로만 한 해 3000만원 정도가 사용됐다.
이마저도 30여개는 임대를 하고 있는 것이어서 소득 없는 마이너스 생활은 계속됐다. 거기에 수협에서 대출을 받은 자금은 원금은커녕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해 이자에 이자가 붙으면서 이자 빚에 허덕이게 됐다.
애초 피해보상금을 지급받으면 충당하기로 한 대출자금이었기에 사고발생 2년이 넘도록 지연된 보상금 지급은 박씨를 한순간 빚쟁이로 전략시켰다.
피해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주민, 악재에 고통 가중 사고 초반만 하더라도 피해조사기관에서 피해상황 조사를 실시하는 등 보상이 시급히 이뤄질 것 같았지만 지금은 주변에 보상과 관련해 문의를 해봐도 감감 무소식이다.
조사기관에서도 이제 와서 청구한 금액에 상응하는 판매실적을 알 수 있는 영수증 등을 제출하라고 한다. 하지만 명절 시즌를 제외하고 대량 판매가 거의 없는 박씨로서는 오고가는 관광객을 상대로 1~2kg씩 현금을 받고 판매해 이런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박씨 입장에서는 종묘를 구입한 실적과 입식할 때 공공기관에서 촬영한 사진, 그리고 평균 전복량의 폐사율 및 해당년도의 시세 등을 종합하면 보상금이 결정된 것 같은데 조사기관은 계속해 청구액을 입증할 만한 영수증을 제출하라고만 재촉한다.
피해를 입은 주민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하는 상황이 박씨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상금만 바라보고 있기에 상황은 녹록치 않다. 재작년 대출금을 받아 종묘를 입식한 전복이 원인 모를 이유로 절반 이상 폐사하는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욱 커 질듯 싶다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입장에서 다른 일을 찾아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보상이 신속히 이뤄지고 양식한 전복들이 잘 자라주는 것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