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경찰서, 친일파 공적비 세우고 명절마다 제사"

경찰 청사 건립비 낸 김덕보 공적 기려... 통영시민연대 "당장 철거하라"

등록 2010.03.04 11:16수정 2010.03.0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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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경찰서(서장 이순용)에 세워진 김덕보(1852~1941)의 공덕비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친일파 공적비'라며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덕보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통영경찰서 건립비용으로 17만 엔(현재 시가 30억 원 상당)을 냈다. 1959년 경찰은 '공적을 기린다'며 비석을 세웠고, 통영경찰서는 1982년과 2005년 두 차례 이전하면서 공적비를 그대로 옮겨왔다.

통영경찰서는 매년 추석과 설에 제사를 지내왔으며, 지난 1월 통영경찰서는 '경찰서 뿌리 찾기'를 벌이면서 김덕보의 후손을 찾아 감사패와 선물을 전달했다.

통영시민모임 "김덕보 기념사업 중단해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통영거제시민모임, 민주노총 거제지부 통영연락소, 통영진보연합, 통영여성장애인연대, 민족문제연구소 통영모임 등으로 구성된 '올바른 친일청산을 위한 통영시민연대'는 4일 오전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덕보 친일행적 기념사업 중단과 공적비 철거'를 촉구했다.

통영시민연대는 "통영경찰서는 김덕보 친일행적에 대한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공적비를 즉각 철거하여 독립지사의 영령과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1933년은 일제가 강압통치를 하던 시기로, 수많은 애국지사들을 잡아가 감금, 고문, 살상을 자행하고 민중을 대대적으로 수탈하는 선봉에 섰던 일제경찰이 17만 엔이라는 거액을 청사건립비로 기증했다는 사실은 명백한 친일반민족행위임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어이없게도 통영경찰서가 1959년 공적비를 건립하여 명절마다 제사를 지내온 것도 놀랍거니와 국치 100년이 되는 지금에 와서 묻혀 있던 공적비를 재조성하여 참배하고 기념하는 몰역사적인 행태를 자행한 데 대해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통영시민연대는 "통영경찰서는 반역사적 행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는 통영시민의 자긍심에도 상처를 안겨주었음은 물론이거니와 국민에게도 수치를 안겨주는 처사였다"며 "역사를 망각한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의실현을 위해 온 힘을 다해온 통영경찰서가 올바른 역사정의 또한 바르게 세울 것를 강력히 촉구하며, 기념사업을 중단하고 공적비가 완전히 철거될 때까지 통영시민, 그리고 온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영시민연대는 "통영경찰서는 친일행적이 명백한 김덕보 기념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공적비를 완전 철거할 것"과 "통영경찰서장은 반역사적 친일행적기념사업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독립지사의 영령과 통영시민, 그리고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덕보, 친일인명사전 보유편 등재 확정적"

민족문제연구소도 3일 "김덕보의 친일행적과 기념사업에 대한 견해"라는 자료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지난해 11월 '친일문제연구총서' 중 1차분 <친일인명사전>(전 3권)을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김덕보가 실려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사업은 완결된 것이 아니라 계속 진행 중이며, 2-3년 내에 추가로 '보유(補遺)편'을 발간할 예정"이라며 "'보유편'에는 친일행적이 확인된 인물 등을 심의를 거쳐 수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덕보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는 "2008년 4월 29일 최종 수록자 명단을 발표한 이후에 친일행적이 확인되어 이번에 출간된 1차분 사전에는 수록되지 않았으나, 보유편 수록이 확정적인 심의 대상자로 분류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덕보가 1939년 1500원의 신사 조영비(<부산일보> 1939년 8월 5일자)와 1940년 12만 원의 통영경찰서 신축비용(<부산일보> 1940년 8월 8월 31일자, 1941년 5월 15일자)을 헌납한 행위가 친일행적에 들어간다는 것.

민족문제연구소는 "선정기준 중 고액의 금품을 일제에 헌납한 전쟁협력행위에 해당한다"며 "앞으로 철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한 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유편 수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경찰은 독립운동가 체포, 고문, 살상 등 우리 민족의 독립을 저지하는 데 앞장섰으며, 침략전쟁과 강제동원 경제수탈의 첨병으로서 일제의 최대 폭압기구로 기능했다"며 "따라서 일제시기 경찰은 대한민국 경찰의 뿌리가 될 수 없으며 조선총독부 경찰에 기부한 행위 역시 반민족적 행위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민족문제연구소는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명백한 반민족행위를 저지른 김덕보에 대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통영경찰서의 어처구니없는 역사인식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공적비 건립 등 어떤 종류의 기념사업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통영경찰서 경모계 담당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이번에 밝힌 1939년 신사 조영비 헌납 등의 사실과 <친일인명사전> 보유편에 김덕보가 등재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친일인명사전> 보유편에 등재되는 문제도 현재로서는 확정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통영경찰서 측은 '김덕보는 친일파가 아니다'라는 태도를 보여왔다.
#통영시민모임 #통영경찰서 #김덕보 공적비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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