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소리에 흥이 나야 허는거여!"

우중에 열린 '정월대보름 풍물 한마당' 행사장 풍경

등록 2010.03.01 10:18수정 2010.03.0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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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고유의 얼과 정신이 깃든 경인년 '정월 대보름 풍물 한마당 행사'가 2월27일 오후 2시30분부터 군산시 청사 공영주차장에서 열렸다.

 

 진포 문화예술원 풍물굿패 32명이 ‘천지음’ 소리로 한데 어울리며 신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진포 문화예술원 풍물굿패 32명이 ‘천지음’ 소리로 한데 어울리며 신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조종안
진포 문화예술원 풍물굿패 32명이 ‘천지음’ 소리로 한데 어울리며 신나게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조종안

 

'진포 문화예술원' 주관으로 '군산문화원'이 주최하고, 군산시가 후원하는 '정월 대보름 행사'는 개막식에 이어 새로운 해를 맞아 풍년을 기원하고, 액을 몰아내 복을 맞이한다는 풍물굿패 한마당, 민속놀이 체험, 국악공연, 한해의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로 이어졌다.

 

가족 단위로 참석하거나 급우들과 함께 온 중고등학생들도 많았는데, 얼추 1천명은 넘는 것으로 보였다. 접수를 마친 참석자들은 각자 취향에 따라 민속놀이 체험과 신나는 풍물공연을 감상했는데 우천으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끝낼 수밖에 없었다.

 

개막식에 이어 퓨전 난타 공연이 끝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모두를 안타깝게 했으나 우산을 받은 관람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파이팅!'을 외치며 흥을 돋워주어 흥겨움 속에 한량무, 설장구, 민요, 판소리 공연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신랑과 2009년에 결혼했다는 ‘로서린’(필리핀)씨가 풍물패 단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료 세 명과 함께 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
건설회사에 다니는 신랑과 2009년에 결혼했다는 ‘로서린’(필리핀)씨가 풍물패 단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료 세 명과 함께 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 조종안
건설회사에 다니는 신랑과 2009년에 결혼했다는 ‘로서린’(필리핀)씨가 풍물패 단원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료 세 명과 함께 왔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을 지으며 행복해 했다. ⓒ 조종안

선글라스를 착용한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는데, 필리핀, 중국 등에서 한국 신랑을 만나 결혼한 다문화 가정 회원들은 무대에 올랐던 진포 문화예술원 단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전통 민속놀이 경험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의 전통 문화를 실컷 즐겼다. 

 

갑옷을 입은 풍물패 단원과 기념사진을 찍은 '로서린'(31세)씨에게 한국의 정월 대보름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함께 참석한 동료를 바라보며 쑥스러워하면서도 어눌한 말씨로 처음이라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신기하고 재미도 있다면서 함빡 웃었다.

 

 진포 예술원 단원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호응이라도 하듯 남도민요를 열창하고 있다.
진포 예술원 단원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호응이라도 하듯 남도민요를 열창하고 있다. 조종안
진포 예술원 단원들이 추임새를 넣으며 열광하는 관객들에게 호응이라도 하듯 남도민요를 열창하고 있다. ⓒ 조종안

 우리 가락에 흥이 나는지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는 꼬마 관객. 예쁘기도 하지만, 예술적 끼가 다분해 보인다.
우리 가락에 흥이 나는지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는 꼬마 관객. 예쁘기도 하지만, 예술적 끼가 다분해 보인다. 조종안
우리 가락에 흥이 나는지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는 꼬마 관객. 예쁘기도 하지만, 예술적 끼가 다분해 보인다. ⓒ 조종안

판소리 한마당에서는 진포 문화예술 단원들이 '진도아리랑'을 열창하고, 설장구 소리가 신나게 울려 퍼지니까 여기저기에서 "잘헌다!". "얼쑤!", "지화자" 등 추임새가 터져 나왔다. 세 살쯤 되어 보이는 귀여운 어린이가 손으로 장단을 맞추는 모습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를 외치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면서 가락이 흥겨워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는 노인도 있었는데 소룡동에서 왔다는 아저씨(69세)는 "우리 소리에 흥이 나야 허는 거여!"라며 "비 오는디 저렇게 신나게 혀주니께 봐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있어야지"라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보여주기도.

 

우중에도 투호, 제기차기, 널뛰기, 윷놀이, 썰매 타기, 청실홍실 등, 민속놀이 체험장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군고구마와 부럼, 부침개와 귀밝이술 등 푸짐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모습은 이웃과 나눠 먹는 게 생활이었던 옛날 선조들을 떠오르게 했다.

 

 시민들 틈에 끼어 공연을 관람하는 문동신 군산 시장이 여성 단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시민들 틈에 끼어 공연을 관람하는 문동신 군산 시장이 여성 단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조종안
시민들 틈에 끼어 공연을 관람하는 문동신 군산 시장이 여성 단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 ⓒ 조종안

 

개막식을 끝낸 문동신 군산 시장은 비가 내리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출연자들을 격려하면서 자리를 뜨지 않고 시민과 함께 공연을 지켜봤는데, 지나가다 인사하는 시민과 덕담을 주고 받았다.

 

문 시장은 시민들에게 조상들이 가졌던 공동체적인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를 통해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말고 시민 모두가 한데 어우러지는 화합의 잔치로 만들어 역량을 결집해 나가줄 것을 당부했다.

 

 경포 초등학교 4학년 장서빈 학생(맨 왼쪽), 서빈 학생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경포 초등학교 4학년 장서빈 학생(맨 왼쪽), 서빈 학생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조종안
경포 초등학교 4학년 장서빈 학생(맨 왼쪽), 서빈 학생은 무대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켜보았다. ⓒ 조종안

 

언니, 동생과 함께 엄마를 따라왔다는 경포초등학교 4학년 장서빈 학생은 심사위원 눈길처럼 무대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비가 내릴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가족이 각자 우산을 들고 감상하는 모습이 무척 행복하게 보였다.

 

비를 맞으면서도 많은 참석자가 한해의 소원을 비는 달집태우기까지 지켜보며 행사를 함께 했는데 아들과 함께 왔다는 시민은 행사장에서 직접 연을 만들어 날리면서 비가 내려 연이 높이 날지 못하자 아쉬워하면서도 연줄은 계속 풀어주고 있었다.

 

 아들과 함께 연날리기 하는 시민, 안에는 식당이지만, 거북선이 배경이어서 남다르게 느껴진다.
아들과 함께 연날리기 하는 시민, 안에는 식당이지만, 거북선이 배경이어서 남다르게 느껴진다. 조종안
아들과 함께 연날리기 하는 시민, 안에는 식당이지만, 거북선이 배경이어서 남다르게 느껴진다. ⓒ 조종안

 

비가 내리는데도 흩어지지 않고 끝까지 마친 '제20회 경인년 정월 대보름 풍물 한마당' 행사는 흥겨운 우리 가락과 춤, 신세대 청소년, 부모를 따라온 어린이와 노인 사이에 심리적, 정신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한마당 잔치였다. 

 

행사를 주최한 군산문화원 이복웅 원장은 비가 내려 안타깝다면서 그래도 자리를 뜨지 않고 함께 해주는 시민들이 위대하게 보인다며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군산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서로 협력하여 시민결의를 다지는 잔치로 만들어가는 시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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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종안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3.01 10:18ⓒ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 #풍물 한마당 #군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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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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