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보랑께박물관. 컨테이너 건물이었던 전시관이 지난 1월 반듯한 건물로 새로 지어져 문을 열었다.
이돈삼
이 전라도 사투리가 괄시받지 않고, 제대로 대접받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을 모은다.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에 있는 '와보랑께박물관'이다. 여기에 가면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다. 나이 든 분들은 물론 어린이들까지도 전라도 사투리를 읽어보면서 좋아한다. 외지인들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면서도 재미있어라 한다.
그렇다고 와보랑께박물관이 사투리박물관은 아니다. 생활유물전시관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박물관 이곳저곳에 전라도 사투리를 적은 목재판을 많이 세워 놓았다. 생활유물을 보기도 전에 목재판에 적힌 사투리들을 보면서 전라도를 이해하고 정겹게 느낄 수 있다.
이 간판들은 김성우 박물관장이 직접 써놓은 것들이다. 사투리 쓰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서 생각나는 대로 하나 둘씩 써놓았다는 것이다.
김 관장이 전라도 사투리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건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성우 관장이 교직원으로 학교에 근무할 때다. 같이 일하던 직원이 전라도 사투리를 오지게 썼는데, 김 관장은 처음에 무지 듣기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투리를 자그마치 쓰라고 구박도 했단다.
그러나 사투리를 자꾸 듣다보니 관심이 가고 또 정겨웠다고. 거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살아온 모습이 녹아있고 그 시대가 들어있더라는 게 김 관장의 얘기다. 그날 이후 김 관장은 전라도 사투리에 관심을 갖고 틈나는 대로 사투리를 수집하고 채록했다.
와보랑께박물관에는 '이리 뽀짝 와바야', '오매 사삭스렁거', '암시랑토 안하당께'…. 이렇게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에서부터 '오매 징항거 호랭이는 뭐한다냐', '저 자석은 꼬라지가 드러워서'…. 등 상스러운 말까지 다 있다.
이 사투리는 박물관 곳곳에 세워진 나무푯말로 만날 수 있다. 손수건과 책자로 따로 만들어 놓은 것도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도 정겨운 전라도 사투리를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