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삼삼오오 모닥불 주위에 모여있다.
홍현진
'소비자'들은 농민들의 가장 큰 힘이다. 어제 농민들이 연행돼 경찰서에 갔을 때도 생협 조합원들이 음식을 가지고 방문했다. 매번 시위가 있을 때마다 음식도 만들어주고, 돈도 보내준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두부김치에 라면, 백숙까지 메뉴도 다양하다.
팔당 지역에는 '팔당생명살림연대'라는 이름의 세 개 단체가 있다. 유기농 농산물 생산자로 이루어진 영농조합,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가입할 수 있는 생활협동조합 그리고 이 두 단체를 아우르는 사단법인 팔당생명살림연대가 그것이다. 영농조합에는 90여가구, 생활협동조합 4000여가구가 가입해 있다.
이러한 단체를 통해 생산자 소비자는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의 얼굴을 아니까 '임인환씨 딸기 주세요'라는 말이 가능하다. 일손이 부족할 때는 소비자들이 직접 와서 도와줄 때도 있다. 감자 캐는 걸 도와주면 그냥 주기도 한다. 그만큼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관계가 친밀하다.
지난해 6월 사업자 선정 이후로 임씨는 예전만큼 농사에 신경을 많이 못 쓰고 있다. 오늘 같은 날도 이렇게 하루 종일 밖에 나와 있다 보면 손이 부족하다. 매일 매일 대책회의가 있다 보니 집 사람 며칠 못 볼 때가 있다.
팔당공대위 대책위원장인 서규섭씨 같은 경우에는 4~5개월째 밭에 못 들어갔다. 그래도 막아보는 데 까지는 막아볼 생각이다. 측량작업과 지질조사가 끝나면 감정평가와 보상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손발이 묶여 쫓겨날 수도 있지만 구속도 각오하고 있다.
"연행된 농민들 만나러 경찰서도 방문" '소비자' 미카엘라는 남양주에 온 지 3년이 됐다. 강남에 살던 그녀 역시 시골에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 공부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다 10년 전 우연히 이곳에서 2년 동안 살 기회가 있었다.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 두 딸을 시드니로 유학을 보낸 후 남편과 함께 남양주로 왔다.
생협을 알게 된 것은 성당 활동을 통해서였다. 지금은 생협에 있는 재활용매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유기농의 좋은 점은 생산자들을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을 통해서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할 때도 있지만 가끔씩은 일을 도와주고 공짜로 음식을 얻기도 한다. 4대강이 들어서 농민 분들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면 조합원들은 멀리서 먹거리를 구해야 한다. 공동체도 사라진다. 이는 너무도 슬픈 일이다.
지난해 6월 이곳이 4대강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에는 평생 안 가보던 경찰서도 방문해봤다. 시위에 참여하면서 운동권 노래도 많이 듣는다. 미카엘라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머리수 채워주는 거 정도"라면서 계속해서 문화제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