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국 학교별 수능 성적 원점수 공개하라"

"교육정책 수립 촉진하는 계기"... 학업성취도 평가정보는 비공개대상

등록 2010.02.25 19:54수정 2010.02.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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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공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어온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의 원자료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전국 2248개 고등학교 학교별 성적 확인이 가능해져 학교별 석차를 알 수 있어 서열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인천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5년 우리나라 교육 실태를 연구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교육부에 2002∼2005학년도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 원데이터(학교별 데이터 포함, 개인식별자료 제외)와 2002~2003학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연구자용 분석자료 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능시험 원데이터는 개인간, 학교간, 시ㆍ도 교육청간 비교나 서열정보 등이 공개될 경우 전국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 교육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학교, 시도 교육청별 자료를 산출하지 않고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도 같은 이유로 산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표집평가를 시행하고 있고, 만일 표집에 참여한 학교의 성적을 공개할 경우 향후 학교 및 시ㆍ도 교육청의 협조를 받아 시행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업무에 차질을 주게 된다"고 주장했다.

◆ 1심, 수능 원점수는 공개…학업성취도 평가정보는 비공개 대상

이에 조 의원이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이승영 부장판사)는 2006년 9월 "수능시험 원데이터 공개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능시험 성적을 학교별, 시ㆍ도 교육청별로 공개할 경우 전국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 교육적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사유는 정보공개법에 정해진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원고들이 원래 공개요구 목적과는 달리 언론 등에 공개하거나, 외부로 원자료가 유출돼 잘못 인용될 경우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을 필요가 있다면, 피고로서는 정보 제공 방법을 제한하거나, 유출금지에 대한 다짐을 받고, 고의 또는 과실로 자료가 유출될 경우 손해배상을 하거나 차후 동일한 자료에 대한 공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한을 둘 수도 있음에도 정보공개 자체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반면 학업성취도 평가자료 공개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정보가 1% 정도의 표집조사인 이상 전수조사에 비해 자료의 신뢰성이 높지 않은데도 그대로 공개될 경우 각 학교나 시도 교육청을 대표하는 자료로 무분별하게 인용돼 학부모들이나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며 "따라서 위 정보는 비공개대상 내지 열람제한대상의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항소심, 수능 원점수와 학업성취도 평가정보는 공개 대상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특별부(재판장 김종백 부장판사)는 2007년 4월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교육부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학생고유번호, 학생의 번호, 이름만을 제외한 정보를 공개하라"며 조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할 경우 전국의 서열화로 인한 과열경쟁, 사교육 조장, 교육과정 정상운영 저해 등 교육적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장은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미 만연해 있는 과도한 입시경쟁,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의 현 실정을 개선해 교육현실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현재의 교육상황에 관한 정확한 자료를 연구 및 토론의 기초로 국민 및 전문가들에게 공개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판시했다.

◆ 대법, 항소심 뒤집고 학업성취도 평가정보는 비공개대상정보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25일 "수능시험 원점수는 공개하지만, 학업성취도 평가정보는 비공개정보대상에 해당한다"며 두 가지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학업성취도 평가정보와 관련, 재판부는 "학교식별정보를 포함한 수능시험정보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교육청 및 학교에서 공개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차후 학업성취도평가에 대한 협조를 꺼리게 돼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렵게 될 우려가 있고, 교원들이 양호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대책에만 몰두하게 돼 학생들의 평소 학력 및 학습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기 어렵게 될 우려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비공개대상정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수능시험정보와 관련, 재판부는 "학교식별정보를 포함해 수능시험정보가 그대로 공개될 경우 시험성적으로 학교간 서열화가 이루어지면서 수능시험과 관련성이 높은 교과영역 위주로 교육과정이 편중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경쟁 심리나 불안감이 자극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며, 성적 상위권 학교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가 집중되는 반면, 성적 하위권 학교는 입학 기피대상이 되고, 부득이 성적 하위권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들은 좌절감을 느껴 학습의욕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학교간 학력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 이미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돼 있는 현실에서 수능시험정보 공개는 교육현실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과 교육정책에 대한 생산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해 교육과정 및 교수ㆍ학습방법의 개선과 개관적 자료에 근거한 교육정책 수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학교식별정보를 포함한 수능시험정보를 연구자 등에게 공개해 현실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정보공개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학업성취도평가 원자료 및 수능시험 원자료, 특히 학교별 성적의 공개여부에 관해서는 법적 관점 외에도 교육학적 관점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논란이 있어 왔다"며 "이번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법적 관점에서의 판단을 제시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수능점수 #학업성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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