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남소연
이런 사실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2월 19일 조사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 지지도는 44.0%이고, 한나라당 지지율은 36.0%였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도 박 전대표가 28.9%로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고 있다.
친이, 친박 갈등에도 도무지 야권의 대선 주자들에게 여론이 희망을 걸거나 애정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조짐은 눈에 띄지 않는다. 야권의 주자 중엔 지지율 5%를 넘는 사람조차 없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다. KSOI 최근 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것은 작년 11월 2일 조사였다. 11월 4일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수정 방침을 공식 천명하기 전이다. 이 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35.4%였다.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3~4달 만에 6.5% 포인트나 빠졌다. 후보 지지율이야 이런 저런 등락을 겪기 마련이기에 수치에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확장되지 못하고 위축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더 심각한 게 있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 11월 조사에선 한나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58.2%가 박 전 대표를 차기 대선 주자로 지지했다. 그러나 금년 2월 조사에선 34.7%로 줄어들었다. 무려 23.5% 포인트나 빠진 것이다. 특히 그 때에 비해 미세하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지지율이 더 올랐음에도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줄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있다.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다. 서울의 경우 11월 30.4%에서 2월 23.9%로 내려앉았다. 충청에서도 45.3%에서 31.0%로 많이 빠졌다.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37.0%에서 32.6%로 줄어들었다. 전체 지지율에서의 위축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한나라당 지지기반 안에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다. 이것이 MB와 친이가 세종시 수정을 집요하게 시도하는 이유다.
한국갤럽이 2월 22일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런 위기 징후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세종시 문제로 MB나 박 전 대표 모두 이미지가 나빠졌다. MB와 박 전 대표에 대해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한 응답은 각각 43.2%, 33.2%였다. 이 수치만으로는 MB가 더 손해 본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