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Self-Potrait)1889, 캔버스에 유채화(Oil on canvas), 65 x 54cm, 오르세 미술관(Musee d'Orsay), Paris, France
Gogh
고흐는 직접 그린 다양한 분위기의 자화상을 많이 남긴 화가로도 유명합니다. 위에 보고 있는 것과 같이 고흐는 각각의 자화상에서 각기 다른 특징과 표정, 인물의 인상을 잘 보여줍니다. 고흐는 병원에서 1889년에 완성한 자신의 위 자화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악마의 저주에서 막 풀려난 저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봅니다. 창백한 그 얼굴이 아직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은 아닙니다. 어쩐지 스산한 붓놀림이 유령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턱수염에 굳게 다문 입이 그래도 살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눈동자는 아직 광채를 잃지 않고 번쩍이고 있습니다. 먼 곳을 향하고 있는 눈동자가 아직 갈 길이 멀었음을 암시합니다. 푸른색 웃옷 속에 받쳐 입은 흰색 속옷이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도 팔레트를 굳게 쥐고 있는 그 엄지손가락이 저의 굳은 의지를 더 한층 잘 보여줍니다. 특히 보라색이 넘실대는 뒷배경의 붓질은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한 영혼의 몸짓입니다." 이처럼, 그가 자살하기 한 해 전만 해도 삶에 대한 의지를 굳게 붙들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붉은 머리와 붉은 턱수염, 그리고 먼 곳을 응시한 똘망한 눈동자와 팔레트를 꽉 쥐고 있는 손가락의 악력(握力)을 통하여 그런 의지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뒷배경의 검은 보라 색채와 강렬한 붓질을 통하여 암울한 미래와 불안한 마음을 암시한 명작입니다.
표현주의적, 상징주의(symbolism)적인 화풍의 완성
빈센트 반 고흐는 지금으로부터 꼭 157년 전인 1853년 3월 30일, 네덜란드의 브라반트 지방에 있는 '포르트 춘데르트(Zundert)'란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이 곳은 천주교 신자가 더 많은 보수적인 마을이었지만, 할아버지와 함께 개신교 목사였던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훗날 이 아름다운 곳에서 화가의 꿈을 안고 그림을 시작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중등학교 과정을 마친 1569년 고흐는 센트 삼촌이 경영하고 헤이그와 런던, 파리에 지점이 있는 구필 화랑에서 일합니다. 동생 테오(Theo van Gogh, 네덜란드, 1857-1891)도 헤이그 지점의 이 화랑에서 함께 일하기 시작하면서, 화가의 길을 가는 고흐의 삶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27살이 된 1880년 가을, 브뤼셀(Brussel)에 하숙집과 그림 학원을 정하고 본격적인 미술 공부를 시작합니다.
1885년, 미술가로서 창작활동을 시작한 고흐는 앤트워프(Antwerp)에 있는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라는 국립 고등미술학교에 입학합니다. 이 때부터 정규 교육과 전통적인 원근법이나 기법에서 벗어나 그만의 꿈틀거리는 본능적인 욕망이 시작됩니다. 오노에 도미에(Honore Daumier, 프랑스, 1808-1879)의 영향을 받은 고흐 초기의 작품은 하층 계급의 사회와 경제적인 상황에 집중했습니다.
화가로서 후반기 삶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886년,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파리에 정착한 고흐는 새로운 '
인상주의(impressionism)'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 양식에 영향을 받았는데, 그의 화풍도 밝고 강렬하며 다채로운 색채로 변화하였고, 생동감 넘치는 그만의 붓질과 독특한 화풍을 창조합니다. 1888년 2월, 아를(Arles)에 정착하면서 후기 인상파 화가인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과 교류하였으나, 그 관계가 지속되지는 못합니다.
이 시기에 고흐는 극심한 고독과 극빈한 삶에 지쳐 현실에 대한 용기를 잃었으며, 예민한 신경증과 발작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성으로 인하여 고통스러워 했는데, 결국은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합니다. 많이 좋아지면서 퇴원하였는데, 1890년 7월 27일, 당시 고흐의 나이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가 그림으로도 즐겨 그렸던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의 밀밭 언덕(언저리)에서 자신의 가슴에 총을 겨눔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삶을 마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