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갑 갤러리의 정원은 루게릭병으로 죽어가고 있던 고 김영갑 선생의 혼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새길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 자들이 슬퍼한다"며 일체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맞았다.
이주빈
사람들은 제주도하면 파란 하늘에 에메랄드빛 바다, 그 사이로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한라산이나 오름이 걸친 멋진 풍광을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시중에 나와 있는 제주도 홍보책자엔 온통 제주도의 푸르고 파란 빛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하늘 파랗고 물 푸른 날을 볼 수 있는 날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년 중 제주도에서 맑은 날을 볼 수 있는 날은 평균 80일에서 90일에 불과하다. 나머지 날들은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을 제외하곤 옅은 회색빛 하늘에 습기 먹은 바람이 느리게 돌아다니는, 마치 안개 살짝 걷힌 새벽 숲 같다.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을 찾아가던 날, 전형적인 제주도 날씨 덕분에 두모악의 오렌지색 정문 빛깔이 다른 때와 달리 눈에 꽉 차 안겼다. 수십 번을 들락거렸을 텐데 이번에 느낀 색감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