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빠지면 인생 망쳐요!"

등록 2010.02.22 18:10수정 2010.02.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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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에 사는 K군은 올해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갑니다. 입시반이 되다보니 나름 열심히 할 계획도 세우고,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1,2학년 때와 달라진 것은 매우 비싸고, 유명한 과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K군은 국어, 영어, 수학을 과외받고 있는데, 이 선생님과 공부하려면 예약을 하고, 대기를 했어야 한다 합니다. 그만큼 만나기도 어렵고, 한번 과외를 하면 시간을 바꾸거나 보강 수업을 받을 수도 없다 합니다.

 

이런 K군에게 교회 선생님이 이번 주말 함께 여행을 하자 하였습니다. 사실 둘만 가는 것은 아니고 함께 교회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과 가자 하였습니다. 개학을 하기 전 수련회를 통해 맛있는 것도 먹고, 마음도 잡아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K군은 이런 제안을 거절하였습니다. 과외를 빠져서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성공하려면 1번이 학위이고, 2번이 성격이란 얘기도 합니다. 또 만약 회비가 부족해서 그런 거라면 자기가 친구것까지 돈을 낼테니 이렇게 정리하자 합니다.

 

무엇이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저는 지금 이 K군을 비난하려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닙니다. 이 학생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는 입시에 대한 중압감과 비싼 과외일 수록 좋은 것이고, 이를 빠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 입시생은 잠시의 여유조차 사치라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빚어낸, 또 신자유주의 이후 '경쟁'이 당연하고, 물질이 최고의 선이 되어버린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는 얘기입니다. 

 

어느 개그프로에서처럼 '더러운 세상'인 것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 '1등만' 기억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1등만 기억하니 인성을 따질 수가 없지요. 경쟁으로 1등을 하여 돈을 많이 벌어야 행복하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또 도시에서 시멘트 벽과 칠판만 보며 살아온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수성과 소위 말하는 "효심"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지금은 어떤 교육철학을 가져야 되느냐를 물어야 하는 시대

 

무엇이 성공한 인생일까요. 예전에 '10억이면 가족도 버리겠다?'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10억이면 가족도 버리겠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느 순간부터 기성세대의 반열에 들어선 것인지 이런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집니다.

 

교육은 교육자의 가치관이 먼저 분명하게 형성되어야 합니다.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자의 철학이 어떻냐가 공부의 목적을 만들고, 그 목적에 따른 방법론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들을 낯설게 만드는 교육을 시키며 아이들의 감수성을 메마르게 해야하는 건지요.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지요.

 

바야흐로 지금은 공부 방법을 모르거나 학용품 또는 학비가 없는 시대가 아니라 어떤 교육철학을 가져야 되느냐를 물어야 하는 시대일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2010.02.22 18:10ⓒ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인생관 #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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