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모차르트>뮤지컬 <모차르트>중 성당 안의 모차르트(좌), 황금별을 부르고 있는 남작부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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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스타 가수가 나오는 뮤지컬이 유행이다. 작년 <올슉업>의 손호영(god), 뮤지컬<시카고>와 <브로드웨이42번가>의 옥주현(핑클)과 인순이, <금발이 너무해>의 제시카(소녀시대), <홍길동>의 예성과 성민(슈퍼주니어) 등 최근 대극장 뮤지컬 분야에선 줄줄이 아이돌 스타가수 출신이 주연을 맡은 공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처럼 전혀 스타가수 출연없이 작품성과 기량이 뛰어난 뮤지컬 배우들만으로 인기를 끄는 뮤지컬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가수의 출연과 뮤지컬의 흥행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진짜 아이돌스타가 나오기 때문에 잘 되는 걸까?
<모차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아이돌 스타가 아닌 노래의 힘지난 21일, 한국초연 뮤지컬<모차르트>의 서울공연이 끝났다. 국내 최초의 오스트리아산 뮤지컬이기도 한 이 공연은 동방신기의 멤버인 시아준수(본명 김준수)가 주연 모차르트 역을 맡아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예매가 시작되어 얼마 되지 않아 시아준수가 출연하는 공연은 전석이 매진됐다. 대중 장르인 뮤지컬 팬들에겐 클래식 음악가인 모차르트의 음악인생 이야기가 좀 거리감 있게 느껴졌을 법함에도, 레게머리를 하고 청바지를 입은 모차르트에 인기 아이돌가수 그룹 출신의 시아준수가 나온다는 그 자체로 꽤 이슈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모차르트>가 국내초연에서 성공한 결정적인 힘은 아이돌 스타인 시아준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 <모차르트>가 가진 훌륭한 노래들에서 나왔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리라 본다. 시아준수가 나오는 공연들 표는 벌써 동방신기 팬들에 의해 매진이 되었지만 정통 뮤지컬 마니아들은 오히려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등이 나오는 공연을 보고서 기립박수와 함께 브라보!를 외쳤다.
기자의 경우 원래 뮤지컬보다는 클래식 음악쪽에 훨씬 더 애정을 가진 클래식 마니아지만 유독 모차르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천재 음악가답게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등 1000여 곡의 작품을 남겼지만 좋아하는 곡이 단 한곡도 없는 사람에겐 영화 <아마데우스>조차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살리에르와의 갈등을 잘 표현한 드라마로밖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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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모차르트> 하이라이트 뮤지컬 <모차르트>에는 '황금별 Gold von den Sternen'을 비롯, '내 운명 피하고 싶어 W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 '나는 나는 음악 Ich bin ich bin Musik' 등 훌륭한 곡들이 많다. ⓒ (주)EMK 뮤지컬컴퍼니
뮤지컬<모차르트>는 두 번 보았는데 공연이 시작된 아주 초기에 처음 보았을 때는 너무 나열식으로 그의 생애를 펼쳐놓은 듯 보였다. 모차르트와 아버지와의 갈등, 영주 및 사회 체제와의 갈등 등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가 왜 꼭 그 젊은 나이에 죽어야 했는지 선뜻 납득하기가 힘들었다. 다만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역의 신영숙이 '황금별'을 불렀을 때 나도 모르게 브라보! 하는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공연이 끝났을 때 거의 대부분의 관객들이 기립하여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날 모차르트 역은 임태경이 맡았었다.
두번째 본 <모차르트>에서도 임태경이 주연을 맡았었는데 처음 보았을때는 남작부인의 '황금별 Gold von den Sternen', 콘스탄체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 Irgendwo wird immer getanzt', 난넬의 '왕자는 떠났네 Der Prinz ist fort', 난넬과 레오폴트의 '끝나지 않은 음악 있을까 Gibt es Musik' 등 다른 배역들에게 훌륭한 노래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연인 모차르트가 부른 '나는 나는 음악 Ich bin Ich bin Musik', '내 운명 피하고 싶어 Wie wird man seinen schatten los', 모차르트와 콘스탄체의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 Dich kennen heisst dich lieben' 등도 인상 깊게 들려왔다. 역시 '황금별'이 가장 좋았고 적게 잡아 5곡, 많게는 10곡 이상의 훌륭한 곡들이 많았다.
뮤지컬<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 인해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힌 살리에르와의 대립을 그린 영화 <아마데우스>와 달리 모차르트라는 한 뛰어난 천재의 사회적 고립과 저항, 아버지 레오폴트와의 관계 등 인간 내면에 촛점을 맞춘 새로운 해석, 반항아적인 기질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모차르트만 레게머리와 청바지를 입히면서 다른 인물들에겐 충실하게 그 시대에 맞는 의상을 입힌 점, 모차르트를 아마데와 모차르트 둘로 분리하여 자아를 표현한 것 등 칭찬할 만할 부분들이 적지 않지만 가장 뛰어난 점은 훌륭한 곡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그것도 주연인 모차르트만이 아니라 콘스탄체, 레오폴트, 난넬, 남작부인, 영주 등에 골고루 최소 한곡씩은.
다만 무대전환을 위해 너무나 잦은 암전이 있어 관객들의 지속적인 몰입에 방해요소로 작용하는 점, 기대에 비해 그렇게 월등하지 않은 무대나 조명, 각 에피소드들이 완벽한 인과관계에 의해 연결되었다기보다는 나열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점 등이 약간의 부족한 점이라 할 수는 있겠으나 극 전체에 펼쳐진 노래들 자체의 우수함과 이를 매끄럽게 소화해낸 캐스팅, 27인조 오케스트라의 활약 등으로 인해 크게 모자라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국어 버전 OST에 난넬과 레오폴트가 부른 '끝나지 않은 음악 있을까 Gibt es Musik'이 단지 연주곡으로만 있는 것이었다.
뮤지컬<모차르트>의 서울공연은 이제 끝났고 대구(2.26~3.7), 창원(3.13~14), 부산(3.27~28)의 지방공연이 남아있다. 앞으로 남은 공연 중 시아준수는 대구공연에만 출연하는데 굳이 시아준수의 팬이 아니라면 그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임태경이나 박은태, 박건형 등의 가창력이나 연기가 결코 그보다 못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밥 파시 안무가 관능적 어둠의 세계로 이끄는 <시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