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끝자락에 꽂혀 있는 나무 십자가가 의미심장하다.
김영환
간담회를 마치고, 두물머리 끝자락을 들렀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곳이라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 두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한 곳은 얼고 한 곳은 안 얼어 있었다. 그 지점에서 고니떼가 유유자적 즐기고 있었다.
두물머리 끝자락에는 젊고 순박한 얼굴을 가진 농부 가족이 딸기 농사를 짓고 있었다. 한 겨울이었지만, 수막재배를 하는 비닐하우스 안에는 딸기가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 있었다. 그 맛이 참 좋았다. 토요일 농촌 체험을 온 젊은 부부와 아이들이 신나게 딸기를 따며 웃고 있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이 곳에서 다시 그 밝은 웃음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 웃음과 가족의 추억을 지켜주는 것이 바로 내가 할 일이었다.
신부님이 단식농성중인 두물머리 가장 끝자락에는 큰 십자가가 꽂혀 있다. 천주교 분들께서 신부님께 힘을 보태고, 이곳 유기농단지를 보존해달라는 마음을 담아 하느님의 은총을 기원하며 세워놓은 것이라고 했다.
그 십자가가 4대강 사업으로 생명을 잃을 이 곳 두물머리에 꽂힌 묘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제발 이곳을 없애지 말라는 비장한 외침으로도 들렸다.
한강에 보를 만들면 수도권 식수원 수질이 악화된다팔당 유기농업단지에서 나와 이포보로 향했다. 4대강 한강 사업의 주 내용은 여주 지역에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를 세우고, 공사관계자의 말대로라면 300m 넓이에 3m 깊이로 강의 모래를 준설하여 물을 채우는 것이다. 이 정부가 강의 수질을 높이고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것이 4대강 사업의 명분인데, 가뭄・홍수 지역은 강원도와 동해안 지역 등이지 4대강 지역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많은 국민이 알고 있을 것이다. 강물을 가두면 강물의 속도가 느려져 오염도가 높아지고 모래를 퍼내면 강의 자정기능이 사라진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이번 답사를 안내해준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한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2,3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 수질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문제는 경기개발연구원 팔당물환경센터 선임연구위원 송미영 박사의 보고서에 잘 나와 있다고 했다. 답사를 마치고 송 박사의 '4대강 살리기 사업과 후속사업 대응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찾아보았더니 그 사정이 잘 나와 있었다.
보가 설치 되면 BOD가 0.5mg/L 높아지고 녹조가 확산된다송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보를 만들면 강의 유속이 느려져서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0.5mg/L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팔당 수질을 0.5mg/L 낮추려고 수조 원을 투자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특히 하천의 오염정도가 높은 곳에 보를 만들어 오염된 물을 가둬놓으니 수질이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보로 말미암아 강의 부영양화가 심해져서 녹조 발생이 더 많아지고 이는 다시 BOD의 증가로 이어지고 수질 악화로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려면 보를 없앨 때까지 계속 수질 정화 사업으로 엄청난 세금을 퍼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수질이 좋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송 박사의 보고서는 준설에 대한 영향은 제외한 것이다. 그래서 준설의 영향을 감안한다면 수질 악화의 정도는 더 할 것이다. 특히 낙동강의 함안보, 달성보의 경우처럼 퇴적토의 오염도 문제가 중요한데 국립환경과학원의 '2008년 하천 호소 퇴적물 모니터링 시범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퇴적물의 평균 비소 오염도가 20.20mg/kg이다. 이는 미국 해양대기관리청 퇴적물 관리기준 8.2mg/kg의 약 세배에 달하고 있어 준설 중에 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여주보로 인해 세종·효종대왕릉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여주군 능서면 왕대리 산83-1에는 영릉이 있다. 영릉은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심씨의 합장릉이다. 사적 195호인 영릉은 천하의 명당으로 세종대왕의 릉을 이곳으로 옮겨 조선 왕조의 국운이 100년이나 더 연장되었다고 하는 말이 전한다. 영릉을 비롯한 40기의 조선 왕릉은 세계에서 왕릉의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작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되었다.
여주보는 효종대왕릉으로부터 약 1.6km, 세종대왕릉으로부터 약 2.1km, 문화재구역으로부터 약 700m 이상 떨어진 곳에 들어선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여주보가 들어설 경우 세종·효종대왕릉이 세계문화유산에서 취소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세종ㆍ효종대왕릉 주변이 산림지역으로 형성돼 있어 여주보가 능 뒤쪽으로 설치될 예정이기 때문에 경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넘어갈 수 없다. 정부의 시각과 유네스코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작년 6월에 독일 남부 드레스덴 엘베계곡이 계곡 부근에 대형 교량을 건설한다는 이유로 세계문화유산에서 최초로 취소당한 일이 있다. 독일 정부의 무리한 건설이 자초한 불명예를 우리가 반복해서는 안된다. 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취소당하는 것은 국가의 수치고 불명예다.
사라지는 습지와 단양쑥부쟁이의 훼손을 보다국민의 70%이상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고 있다. 졸속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을 멈추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국민의 반대 의사를 한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국민이 4대강을 직접 가보고 느껴보아야 한다.
우리의 강과 습지와 백사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인간과 함께 이 땅에서 살고 있는지, 그 생명들을 몰살하도록 내버려두고도 우리 인간들만 잘 살 수 있는지 생각하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일환으로 우선 시민 50여 명과 함께 남한강 걷기를 하기로 하고 이포보 공사 현장 부근에서 만났다.
그 분들과 함께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이항진 위원장의 안내로 5km 정도의 바위늪구비길을 걸었다. 바위늪구비는 전 세계에서 1종밖에 없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단양쑥부쟁이의 유일한 자생지이다. 이 자생지의 80%가 정부의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