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가운데서도 자연이 속삭이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정중동의 미학이 김영갑의 사진에 내재되어 있다."-오성희(충무 갤러리 큐레이터)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제주도 해오름 들판과 자연을 순례하는 그의 사진은 그야말로 삽시간의 황홀이다. 그는 특이하게도 바람을 찍는 사진가였다.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려는 바람이 자연의 모든 생명과 함께 어울리는 그 감동적인 순간을 담아낸 김영갑의 작품들.
그의 작품들 속에서는 대지에 뿌리내려 존재하면서도 말없이 외면당하던 들풀과 바위들조차 신명나는 춤판을 벌인다. 희망 없는 삶이라고 여겨지며 낙오자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암울했던 시대 속에서 그는 끝없이 바람을 찾아 나섰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며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절망하던 희망과도 닮아 있었다. 세속에 얽매이지 않았던 그의 삶 역시 진정 자유인이었다.
처음 김영갑의 사진을 우연히 접하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한국에 이런 작품을 남기는 예술가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감탄한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의 사진 한 장을 본 순간은 물론 작품집을 구해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온전히 느끼는 감동. 신기한 것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난치병에 걸린 말년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그는 손수 갤러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루게릭병으로 근육이 굳어가고 있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무거운 돌을 나르며 완성한 공간들. 그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장소 또한 하나의 예술이 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존재하고 있다. 바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그를 아끼며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후원을 통해 제주도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고인이 된 그가 생전에 발표하지 못한 작품들 가운데 30점을 전시한 기획전으로 작년 서울의 충무 아트홀에서 먼저 전시했던 것들을 제주도의 두모악으로 옮겨왔다고 한다. 이제야 작가의 손길이 담긴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회화적 구도를 탈피해 과감한 파노라마 프레임을 사용한 그의 작품들에 대해 충무갤러리 큐레이터 오성희씨는 이렇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