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랑거리는 물이 숨구멍을 넘나듭니다. 확실하게 30미터는 넘을 수심, 듬성듬성한 숨구멍으로 신경을 자극할 만큼 날름거리는 물결을 보며 걸으려니 서로가 말이 없습니다.
웬만하면 '쿵' 소리가 나도록 얼음판을 내려 밟으며 '꺅' 하고 소리라도 질렀겠지만 반죽처럼 녹아있는 눈구덩이를 피하고, 듬성듬성하지만 물구멍 사이로 날름거리는 물결을 피하며 걷다보니 자신도 없고 엄두도 나질 않았습니다.
직선거리로 가면 240미터쯤 되는 거리지만 반쯤은 녹은 눈이 방죽을 이루고 있는 곳은 빙 돌고, 숭숭 뚫려서 헛발 디디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 보이는 물구멍을 피하며 걷다보니 시간이 꽤나 걸립니다. 중간에 멈춰 사진을 찍는 순간에도 여차하면 빠져들 발아래 그곳, 수십m가 넘을 수심 아래의 세상이 머리에서 어른대는 걸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친구, 나이를 먹으며 앞이마가 넓어지고 머리카락조차 희끗희끗해진 탓에 '노옹'으로까지 불리는 친구인 노형렬의 모습은 이리 봐도 어른이고 저리 살펴도 영락없는 어른인데 이렇듯 위험천만한 철부지 노릇을 함께하고 있으니 피식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철부지마음으로 성큼 들어선 얼음길이지만 건너야 할 위험에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살금 걷다보니 건넜던 강을 무사하게 다시 건너왔습니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긴장하고, 서로가 염려하며 즐긴 위험천만한 행동, 얼음이 푸석푸석 녹아들어 가고 있는 수심 깊은 강을 대책 없이 건너는 것은 분명 혼날 짓이지만 철부지 시절을 함께한 친구와 함께였기에 가능한 무모한 모험이며 철없는 행동이었을 겁니다.
덧없이 먹는 나이, 철부지 마음으로 셈할 수 있었으면
뒷짐을 지고 마을골목길을 어슬렁거려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나이라고 생각하였던 나이에, 자식들이 그랬다면 빗자루 몽둥이로 종아리라도 때리려고 하였을 위험천만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으니 철부지 시절을 함께한 악동 친구를 만나면 언제 어디서고 철부지 악동이 되는 끼리끼리가 되나봅니다.
'철들자 망령 나는 게 인생'이라고 하니 망령 나는 게 두려워 일부러 끼리끼리 만나 악동이 되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흐르는 세월에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또 한 살의 나이를 친구와 보낸 철부지 시간으로 셈할 수 있었으면 정말 얼마나 좋겠습니까.
나이 먹는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마음은 철들지 않아도 어느덧 늙어 가는 나이가 된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산막이 가는 옛길은 2월 13일 다녀왔습니다.
2010.02.17 13:43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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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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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악동, 희끗희끗한 머리에 하는 짓은 철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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