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 야즈드 ... 돔 지붕과 바람 탑(야즈드)
양학용
무려 2500년 전, 다리우스 왕 시대에 세워졌다는 고도(古都) 야즈드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것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곳엔 여전히 사람이 산다는 것. 발굴해서 모아놓은 박물관이나 유적지와 달리 수 천년 동안 한 시대도 빠짐없이 사람들이 일하고 노래하고 사랑하면서 살아온 집과 길과 광장이 있었다.
문득 여행자는 궁금해졌다.
'이처럼 오랜 문명의 시공간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떨까….' 그때였다. 배가 불뚝한데도 인상이 날카로운 한 남자가 다가와서는 자기 동네는 아니지만 우리에게 흙집 실내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간절히 바라던 바였으므로 당연히 그를 따라나섰다.
그는 정말 이곳 출신은 아닌 듯 어느 집 대문을 두드리곤 집주인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들여다본 흙집은 TV나 냉장고 등 전자부품이 꽉 들어차 있는,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현대식으로 꾸며진 공간이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2500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난 주인 여자에게 차 한 잔을 얻어 마시고 나올 때까지도 그 남자가 틀림없이 무언가를 요구할 거라고 여겼다. 그건 내 오만이었다. 그는 우리의 고맙다는 인사에도 별거 아니라는 손짓만 남기고는 총총 사라져갔다.
그때 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뭐라고 할까. 뭔가 다르다는 느낌. 하지만 여행자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날 일은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