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6월 어린이 걷기대회에 참가한 배옥병 상임대표(첫줄 왼쪽에서 3번째)희망과대안
▲ 2005년 6월 어린이 걷기대회에 참가한 배옥병 상임대표(첫줄 왼쪽에서 3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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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대중 활동가인 그는 대중들을 아주 신뢰하고 있다. 그것은 그가 대중들과의 활동 경험에서 몸소 배운 것이기도 하다.
"대중들은 스스로 결정해요. 또 문제의식을 느끼면 과감하게 떨쳐나서요.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지요. 활동가의 역할이란 그저 (그들에게) 그런 자리를 하나 만들어주면 되는 거예요."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학교운영위원장으로 일하던 1998년 방학 중에 초등학교 앞으로 아주 위험한 도로가 하나 생기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조사를 해보니 이미 통장이 25명의 서명을 받아 보상금까지 다 지급받고 도로공사가 70% 이상 진행된 상태였다. 그는 당연히 학부모총회로 이 문제를 가져갔다.
"어떻게 할까요?"
그의 물음에 "구청장을 만나러 갑시다"란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럼 언제 갈까요?" 하는 물음에는 "이렇게 모이기도 힘든데 지금 당장 갑시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그 즉시로 '우르르' 구청으로 몰려가 3시간 만에 구청장을 만나 안전한통학로 대책을 세울 때까지 공사를 중단시키로 합의했다.
"그날 모였던 약 300여명의 학부모들 중 1/3이 구청장 면담에 참가했어요."
그는 이러한 대중적 힘을 조직으로 모아내 '구로초등학교 통학로 교통안전확보를 위한 학부모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후 6년 동안 서울시와 구로구를 수차례 항의방문하고, 여러 차례에 걸친 전문가 토론회, 지역주민 간담회 등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가 하나 되어 '어린이에게 안전한 통학로를!' 직접 실현시켰을 때 큰 보람과 함께 자부심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급식운동도 그렇게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파동으로 인한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에도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은 대단했다. 2002년 급식네트워크가 발족하게 된 것도 바로 이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소중한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우리 사회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감! 이를 바로잡고자 출범한 급식네트워크가 이른 시일 안에 많은 성과를 낸 것은 당연했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바로 그 문제로부터 시작하는 것! 학교현장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니, 그가 대표로 있는 급식네트워크가 실패할 위험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셈이다. 현재 경기도 김상곤 교육감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무상급식운동'은 그만큼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아주 오랫동안 '대중'들 속에서 착실하게 준비되어온, 그래서 이제는 정부여당인 한나라당 안에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주장이 나올 정도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학교급식운동이 일상의 문제를 이슈화해내어 대중적 방식으로 풀어나간 우리나라 최초의 운동으로서 한국 사회운동의 새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사)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학교급식운동은 2002년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하루 약 745만 여 명이 한 끼 이상을 먹고 있는 학교급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쉬지 않고 달려왔다. 학교급식은 안전한 우리 농산물사용을 원칙으로 학교장이 직접운영하며, 의무교육 기간인 초중학교까지 무상급식 실시와 고등학교 역시 의무교육을 제도화하고 연차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해 가는 국가공교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뜨거운 열망들을 담아, 전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학교급식법 개정과 조례제정을 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창립 되었다.
학교급식운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왔다. 학교급식이라는 평범한 의제를 국민적 운동으로 만들고 식품안전, 환경, 교육, 농업, 수입농산물과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학교급식법 개정, 친환경농산물 사용 확대를 만들어냈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지원조례제정 운동을 통하여 전국 16개 광역시․도에서 100% 조례가 제⦁개정되어 시행 중에 있으며, 234개의 기초 시․군․구 중 192개에서 조례가 제⦁개정되었다. 이들 조례에서는 국내산 우리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명시하고 있으며, 101개 시․군․구에서 주민조례 발의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수백만 명의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주민자치에 의한 권력 견제와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높이고 생활상의 요구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한 지역자치운동이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생활정치로서 기존의 중앙 중심적으로 펼쳐졌던 시민운동과는 달리 지역에서의 자치운동을 통해 그 영향력이 지방정부를 거쳐 중앙정부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운동을 펼쳐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학교급식운동의 큰 특징은 학부모단체와 교원단체, 시민단체는 물론 소비자단체, 지역 학교운영위원협의회와 농민회, 노동조합, 정당 등까지 참여하고 있어 연대의 범위가 전에 없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 농업을 살리자」는 학교급식운동의 대의명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급식운동이 섬세한 관찰과 새로운 접근을 통하여 느리지만 지역민의 현실과 생활에 근거한 구체적인 운동으로서, 거대담론에 가려져 일상생활에서의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없었던 일들을 지역자치운동을 통해 힘 있게 추진해 온 것"이라고 힘 있게 말했다.
'희망과대안'이 해야 할 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하려면 연합정치가 이루어져야죠. 이를 실현하려면 결국은 정책연합을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 텐데, 그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는 현재 5+4모임(야5당과 '희망과대안'을 중심으로 한 시민 4단위의 모임)이나 활동가 등 상층의 고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밑으로부터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 힘이 있어야만 5+4모임 내부의 다름과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텐데, 현재는 상층에서 연합정치를 끌어가려고 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라고 크게 염려했다. 정책도 너무 거시적으로, 위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국민들, 다수가 원하는 것을 중심으로 밑에서부터 잡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발족한 전국교육희망네트워크(이하 교육희망넷)의 활동 방식을 사례로 들었다. 교육희망넷은 지난달 11일부터 16일까지 10대 과제를 선정하기 위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미리 선정된 17대 과제 중 1인당 5가지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온라인투표(학생, 학부모, 시민 대상)에는 총 1312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는데, 그 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마감을 하루 앞두고 어떻게 알아내었는지 학생들의 집단적인 참여가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그때까지만 해도 후순위에 자리 잡고 있던 '학생들의 인권보장'이 총 891표를 얻어 '뜻밖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721표를 얻은 '보충수업, 자율학습 폐지', 그리고 3위는 696표를 얻은 '모든 일제고사 폐지'였는데, 모두가 학생들의 실제 생활과 직결된 의제들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10대 과제를 순위대로 살펴보면 ▲교육비제로, 무상교육실현(532) ▲수능시험폐지, 대입제도개혁(447) ▲학급당 학생수 25명 실현(441) ▲초중고교 무상급식실현(431) ▲학생회와 동아리활성화(234) ▲대학평준화, 국공립대네트워크(234) ▲21세기 학교로의 시설혁명(202) 등이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학생회와 동아리활성화'가 '대학평준화, 국공립대네트워크'와 똑같은 표를 얻었다는 점이다. 어른의 손으로만 10대 과제를 선정했다면 과연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대거 참가해 얻어낸 위의 결과표들을 보면 이미 학창시절을 떠나버린 어른들의 눈에는 잘 보이질 않는 '현재의' 학생들의 '직접적인' 고통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아니, 밀려온다. 이러한 학생들의 직접적인 '아픔과 고통'을 모른 채 하면서 과연 '교육개혁'을 말할 수 있는 자, 그 누구인가?
대중과의 접촉, 시민사회의 또다른 과제
대중들의 직접적인 참여는 가끔씩 놀라운 경험을 보여주곤 한다. 2008년 촛불이 바로 그랬다. 그때 나타난 촛불은 이미 새로운 대중이었다. 시민사회단체가 전혀 주도권을 발휘할 수 없었던 그 촛불정국 속에서 만난 새로운 대중들과는 이제 어떻게 소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어떻게 만나갈 수 있단 말인가?
"'희망과대안' 회원 113명은 모두 각 영역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루어지는 모임을 통해서 이들의 생각을 다 모아내기에는 역부족이죠. 오랜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다지 많지가 않아요.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텐데, 이를테면 각 분야별 정책을 만들어낼 때 분야별 모임을 추진한다든지 등등… 어쨌든 회원들 하나하나가 책임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부여해야 할 거예요."
그도 고민하고 있었다. 113명의 사람들. 이들을 어떻게 소통하여 하나로 꿰어낼 수 있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다. 사회혁신기업가 원낙연의 지적대로 '소통'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인 문제였던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어렵더라도 언젠가는 꼭 한 번 풀어내야만 할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희망과대안도 일산 '마르다의 집'에 함께 모여 앉아 질펀한 '수다'를 크게 한 번 쏟아내야 하는 것은 아닐지, 고민이 더 많아진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세상은 넓고, 또 해야 할 일은 '참으로' 많은 것만 같다.
2010.02.16 17:12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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