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조사비 깎아서 살림살이 나아졌나?

진실화해위, 조사활동비 삭감 논란... 집단항의 받고 원상회복

등록 2010.02.14 14:48수정 2010.02.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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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근무하는 전문위원 A씨에게 이메일로 1월 월급 명세서가 도착했다. 평소에 받던 금액 그대로였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월급날인 25일 일어났다. 5만원이 삭감된 월급이 그의 통장으로 입금된 것. 이어 이렇게 변경된 월급 명세서는 29일 다시 그에게 통보됐다.

A씨는 다시 통보된 월급 명세서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조사활동비 명목으로 지급되던 15만원의 수당이 10만원으로 깎여 있었다. 3분의 1이 줄어든 것이다.

사전에 전문위원들의 동의도 얻지 않고 '조사활동비 삭감'

뉴라이트 출신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진실화해위 안에서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이영조 위원장이 '번역상의 오류'를 이유로 전임 위원장이 발간한 영문보고서의 배포를 중단시킨 데 이어 최근에는 전문위원들의 조사활동비마저 깎아 내부에서 집단 항의를 받기에 이르렀다.

진실화해위의 전문위원은 주로 '전문적인 조사·연구 등을 수행하는' 조사관들이다.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전문위원은 공무원이 아닌 일반 하위직급으로 위원회의 대표적인 비정규직이다. 당연히 공무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전문위원들은 두 가지 수당을 받는다. 하나는 시간외수당이고, 다른 하나는 조사활동비(특정업무경비)다. 그런데 진실화해위는 사전에 전문위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수당으로 지급되던 조사활동비 15만원을 10만원으로 깎아버렸다. 일종의 '임금삭감'이 이루어진 것.

게다가 문제점은 더 있었다. 이렇게 조사활동비를 깎아 과장이나 팀장의 조사활동비를 인상한 것이다. 하위직급인 전문위원들의 조사활동비를 깎아 간부들의 수당을 늘려준 꼴이 됐다. 위원회측은 조사활동비 삭감 이유로 '비슷한 직급과 형평성'을 들었다. 즉 6급과 전문계약직 다급, 전문위원들의 조사활동비를 똑같이 지급하겠다는 것.


이에 전문위원들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전문위원 B씨는 "이 결정은 사전에 아무런 사유나 경위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고 있는데 이번 조치의 적법성 여부조차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급여체계가 전혀 다른 직원들과 형평성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며 "오히려 현재 맡고 있는 직무의 형평성을 본다면 전문위원들이 처우 개선을 먼저 요청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그렇기 때문에 위원회의 이런 상황인식은 묵묵히 주어진 직분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전문위원들로서는 큰 실망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삭감된 수당을 원상 회복시키고 책임자의 적절한 사과가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위원 C씨는 "하위직급으로 분류되는 전문위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라며 "회사와 근로자 간 사전 동의 없는 일방적인 임금삭감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위원장 퇴진 요구까지 나와... 결국 사과하고 조사활동비 원상 회복 조치

전문위원들 조사활동비 삭감 사건으로 위원회 안에서는 뉴라이트 출신 이영조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법을 어기고 거짓을 일삼는 분이 진실위를 대표하는 자리에는 걸맞지 않다"며  이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

사태가 심각해지자 설동일 사무처장이 전문위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설 사무처장은 "이번 일은 법률적 검토 없이 임금 삭감이 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한 뒤, "1월부터 소급해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문위원 조사활동비 삭감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진실화해위의 '이영조 위원장 체제'를 향한 내부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전원위에서 이미 통과된 보고서 내용을 위원장이 임의로 삭제하라고 지시하고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킨 것 등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위원장이 제대로 위원회의 일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사퇴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이영조 #전문위원 #조사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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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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