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에서 친환경무상급식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김병기
▲ 속초시에서 친환경무상급식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
ⓒ 김병기 |
|
중앙정치에 예속된 소수 정당이 한국의 지역정치를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그 소수의 정당은 토호세력과 밀착해 있다. 결국 지역정치는 오랫동안 토착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왔다. 따라서 공고한 토착정치를 깨는 것이 정치 변화의 시작이다.
이런 움직임이 이른바 '풀뿌리'에서 불고 있다. 풀뿌리운동을 통해 기반을 다져왔던 여러 지역이 '좋은 정치'를 일궈보자며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있다. 속초, 대구, 구미, 과천, 군포, 도봉, 노원, 관악, 마포, 광주, 여수 등이 그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역이 강원도 속초다.
풀뿌리언론에서 시민사회운동으로, 그리고 풀뿌리정치로
속초는 일찍부터 시민운동, 풀뿌리지역언론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이다. 시민사회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언론으로서 <설악신문>이 지난 1990년 5월에 창간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속초 시민사회는 형성된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 이후 시민단체, 노동단체 등이 만들어지고 성장해오면서 지역사회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곳 활동가들은 행정이 가장 긴장하는 집단, 속초시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집단은 시민단체라고 공통으로 말한다. 그만큼 지역사회 내 시민단체 활동이 대의명분을 얻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속초 시민사회운동의 2010지방선거 직접참여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서는 비판적 기능을 넘는 정치적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 속초 시민사회운동 활동가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지난 2008년 여름부터 풀뿌리 정치 기획이 논의되고,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정치인을 배출하려는 과정은 이런 시민사회운동의 공감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시민사회운동단체가 본격적인 정치운동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민사회운동이 정치영역으로 확장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정치영역이 지역사회 변화의 첨병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가 가진 사회적 역할을 무시한 사회변화는 황망한 일이다. 그래서 정치 참여를 준비하는 시민·노동운동단체가 추구하는 비전이나 목표는 정치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한 지역적 토대를 만들고 풀뿌리 주민자치조직을 강화함으로써 '모두 행복한 지역사회'를 실현하자는 것이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친환경무상급식의 조속한 실시를 위한 운동, 예산 낭비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속초불축제' 반대운동, 그리고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동우대학 이전'을 저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엔 '정치개혁'을 넘어서서 지역민들의 뜻을 기반으로 하겠다는 풀뿌리 정신이 녹아 있다. 정치개혁도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정치참여를 준비하는 이들의 의지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을 간다
정치참여를 준비하는 시민․노동운동단체는 두 개 선거구에 각각 1명씩 후보를 낸다는 계획이다. 인구 8만6천여 명(2007년 현재)의 속초시엔 7명의 지방의원이 있다. 두 개 선거구에서 각각 3명씩 선출되고 나머지 1명은 비례로 뽑힌다. 현 속초시의회를 구성하는 의원들의 소속 정당은 비례를 포함해 한나라당 5명, 민주당 1명 그리고 무소속 1명이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것을 감안하면 평균적인 정당별 분할이다.
'가선거구'에 출마할 예정인 엄경선씨는 '설악신문' 취재부장으로 오랫동안 일했다. 현재 '투어설악닷컴' 대표이자 '속초지역무상급식운동본부' 정책담당을 맡고 있으며, '올바른 축제문화를 위한 연석회의' 간사를 맡았다. '나선거구'에서는 양천석씨가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설악신문' 특집국장 출신이다. 2006년에 출마하여 아쉽게 낙선한 경험이 있으며, '신체장애인복지회 속초시지부' 운영위원을 지녔다. 어려운 길임을 알면서도, 두 출마 예정자는 무소속을 택했다.
그동안 시민사회운동이 지방선거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당의 높은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만큼 정당이나 특정 기득세력에 기대지 않고, 한 명의 풀뿌리 후보를 당선시키는 것은, 조금 과장하자면 모래사장에서 동전 찾기와 같다. 그만큼 지난한 일이다. 그 길을 풀뿌리가 뚜벅뚜벅 걸어가려 한다. 누가 부추긴 것도 아니다. 스스로 토론하고 선택한 길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험난한 길, 그러나 새롭기에 희망이 있는 길. 풀뿌리의 새로운 정치를 위한 걸음은 올해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해에서 새로운 정치의 바람이 불어오길 기대한다.
다음은 엄경선(속초·고성·양양 진보사회시민연대 정책위원장)씨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