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 같은 풍경파란 하늘, 흰 구름, 우산 나무...그리고...(탄자니아)
양학용
세 번째 버스에 오르며 오늘의 불운은 이것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그러나… 버스가 출발하고 나서 차장이 차비를 다시 걷는 것이 아닌가. 이럴 수가, 외국인인 우리들만 빼고는 모두 차비를 직접 환불해줬다는 것이다.
"으아~ @#$%& 나쁜 놈들!!" 드디어, 하루 종일 참아왔던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욕지기를 뱉어냈다. 그때였다. 갑자기 운전사가 운전대를 180도 돌렸다. 그리곤 왔던 길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것이다. 승객들도 술렁거렸다. 네 명의 동양인 여행자의 억울한 사정은 순식간에 버스 전체로 퍼져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모자를 벗어 흔들어대며 운전사, 아니 '정의의 기사'를 응원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동안 벼르던 상습범들을 때려잡는 형국이랄까. 그날 버스 안의 풍경은 만화영화 주인공이 악당을 잡으러 가는 클라이맥스처럼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우리들의 정의의 기사는 도중에 경찰서에 들러 정복경찰까지 대동하고서 아직 차를 수리 중이던 녀석들의 뒤쪽에 은밀하고도 날렵하게 버스를 갖다 댔다. 그리고는 멋지게 녀석들의 목덜미를 틀어쥐었다.
"요놈들, 한국 사람들 요금 떼먹었지?" 당장 환불하라는 불호령에 상황파악을 녀석들. 그 중 한 녀석이 억울한 듯 더듬거리며 하는 말,
"하, 한 명은, 어, 어린이 요금…"사실 난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렸지만 짐짓 모르는 척 그를 외면했다. 불라와요에서 버스를 타기 전 흥정을 해서 조카 요금을 반값으로 깎아 지불했던 것이다. 녀석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 했지만, 어쩔 것이냐, 경찰의 호통과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민 승객들의 야유를 이겨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우린 어른 네 명 분의 요금을 돌려받았다. 이제 버스 안은 완전 축제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그 하얀 이를 드러내며 한명 한명 우리 가족에게 축하의 악수를 청해왔다. 그러는 사이 해가 지고 창밖으로 노란 달이 떠올라 바오밥나무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