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2008년 5월3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권우성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게 올림픽 열기에 묻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 정권이 그동안 해온 온갖 무리한 짓들이 법원에서 심판을 받아 왔고, 그러한 불의와 모순은 지금 깨어있는 국민들 마음 속에 분노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지요. 그 분노는 이제 임계점을 향해 가고 있으며, 언젠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특히 태어난 뒤 의식이 깨어있는 대부분의 세월 동안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숨 쉬는 공기처럼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라 여겨 온, '민주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에게 있어, 지난 2년 가까운 세월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딱 '개그콘서트' 같은 모습이라, 이 젊은 세대의 매우 단순한 정치적 깨우침이 앞으로 어떤 동력으로 나타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들의 정치적 깨우침은 사회과학적으로 정교하거나, 치열한 투쟁력을 갖는 과거 시대의 저항 정신, 저항 행태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유연하고, 생기발랄하며 신명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하지요. 그것이 갖는 폭발력은 2008년 촛불 때처럼 신명과 계기만 있으면 언제든 터져 나오게 되어있습니다. 어쩌면 선거 때 가장 선명하게 드러날지 모릅니다.
김제동, 윤도현, 미네르바, 피디수첩 사건 등 이명박 정권 이후 저질러진 온갖 코미디성 무리수가 정치적 깨우침을 누적시켜준 터여서, 이들의 마음에는 이미 이명박 정권에 대해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판단이 선 것처럼 보입니다. 최근 나오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피디수첩 무죄 판결'에 대해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월 25일, 19살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판사라면 피디수첩 제작진에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라는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체 답변은 '무죄 57.6%, 유죄 30.3%'였습니다. 그런데 이 전체 여론조사 결과보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지요. 세대별로 나타난 엄청난 양극화 현상입니다. 20대의 74.7%, 30대의 65%, 40대 61.7%가 "무죄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했고, 50대 이상은 40.6%에 불과했습니다.
이 하나의 사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서울신문>의 새해 여론조사에서 '4대강 개발'에 대한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거의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반대가 47.8%, 찬성이 43.8%였습니다. 그런데 세대별 양극화는 이 조사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20대의 58.5%, 30대의 58.3%, 40대의 55.3%가 '반대'였고, 50대 이상의 '반대'는 30.3%에 그쳤습니다.
'놀라운 2030 세대' 아닌가요? 그들이 모두 투표장으로 달려가면 세상은 간단하게 바뀔 수 있지요. 불가능한 일, 결코 아닙니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정치적 깨달음위에서 예를 든 사안 외에도 세대별 양극화를 보여주는 사례들은 많이 있습니다. 정권의 오만과 무리수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정치적 깨우침을 준, 젊은이들 입장에서 보면 개콘 같은 사건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있었고, 이 정권의 행태로 보아 앞으로도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불의와 모순이 축적될 때마다 2030 세대의 정치적 깨우침은 더욱 넓고 깊어질 것입니다. 최근의 MBC 사태는 이런 흐름에 또 다른 큰 무게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우리사회의 수구 기득권 세력, 그러니까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홍보권력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으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이 이렇게 무리하게 우리사회를 한 쪽으로만 몰고 가는 과정이 마치 우리사회를 임계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피디 수첩 사건 무죄 판결 뒤에 나온 매카시즘적 마녀사냥도 그렇고, KBS와 YTN에 이어 MBC까지 저렇게 무리하게 장악하는 과정도 그렇고, 세종시나 4대강 개발, 미디어 악법 통과 등 각종 현안들을 다루는 방식도 그렇고, 국민을 일방적 홍보를 통해 충분히 세뇌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유신독재 시절, 체육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국민을 유치원생 정도로 알던 그 사고와 별로 다르지가 않습니다. 그 유신독재가 어떻게 막을 내렸는지는 천하가 알고 있습니다.
이번 MBC 사태는 우리사회를, 특히 젊은이들의 마음을 임계점에 다다르게 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 되고 말 것입니다. 더군다나 MBC 노동조합은 KBS '노동조합'과 여러 면에서 달라 심상치가 않습니다. KBS '노조'야 2008년 여름, 나를 몰아내는데 조중동, 한나라당과 함께 황금의 삼각편대를 구성했지만, MBC 노조는 다른 것 같습니다.
모든 것 훌훌 털고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