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이이화경술국치 100주년 추진위 이이화 대표
김진이
"안 한다고 해도 자꾸 누가 꼬시면 쉽게 넘어가 어쩔 수 없이 이일저일 맡게 됐다"는 이이화 이사장. 며칠 전 생활, 문화, 주거 등 우리의 생활로 보는 역사서 '문화로 본 한국역사' 1차 원고를 넘겼다. 외국인들을 위한 번역작업과 동시에 올해는 '한국인권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이화 이사장.
사회문제와 역사에 대해서는 퉁명스럽게 '툭툭' 던지던 그가 개인적인 이야기에는 솔직함과 '장난끼'를 담아 분위기를 풀어준다. 지난 2월 초, 얼음이 녹지 않은 헤이리 예술인마을에서의 이이화 이사장과의 만남은 충분히 의미있고 즐거웠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시리즈, 인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 만화한국사 이야기 시리즈, 녹두장군 전봉준…. 이이화 이사장은 매년 1권 이상의 역사서를 써내는 다작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긴 시리즈물인데 저서들에는 그만의 역사관, 민족관이 담겨있다.
왕가와 실록 중심의 기존 역사서와는 달리 그의 글들은 백성들의 자취가 짙게 배인 생활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봉건적 질서가 아닌 민중의 삶에 기반한 역사를 이 시대에 전달하기 위한 역사 재평가 작업은 역사서의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민중의 삶, 생활사를 역사로 이이화 이사장은 1937년 주역의 대가인 야산 이달 선생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대둔산에 들어가 한학을 배우다가, 부산과 광주 등지에서 혼자 힘으로 학교를 다녔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온 그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우리 역사에 대한 매력을 찾게 된 이 이사장은 작가의 꿈을 접고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알려내는 일에 힘을 쏟아왔다. 역사 속에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인물들을 오늘의 관점에서 다시 써내려가는 역사인물 연구도 그의 영역이었다. 저술과 사회활동만으로도 바쁘지만 이이화 이사장은 '역사의 대중화'를 위해 작은 도서관의 부모 모임 강의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가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10시간씩 일주일을 쉬지 않고 쓰거든. 그리고 잠시 쉴 때는 대화도 하고 싶어. 그럴 때 나를 부르면 가는데 고양시 도서관 엄마 모임에 가서 강의도 자주 하고 그랬지. 역사기행도 다니고."도서관 모임도 부르면 언제든 어린이용 역사서와 <만화로 보는~> 시리즈물도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작업들로 이 이사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그의 신념 덕분이다. 그런 얘기를 하다가 이 이사장은 버럭 화를 낸다.
"요새 학부모들,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자기 자식 그렇게 키우는 사람 얼마나 돼. 100명중 한명이나 될까. 어떻게든 영어 잘해서 미국 대학 보내고 싶은 거지. 유치원 때부터 좋은 데 보내려고는 줄서면서 우리 역사는 안 가르쳐."그러고 보니 이 이사장의 집은 파주 영어마을 바로 앞에 있다. 최근 역사가 선택과목으로 바뀌고, 얼마전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까지 떠올리며 "현 정권이 역사의식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적으로 문화수준이 높아지긴 했다. 그러나 좌우가 대립하고, 사회적인 갈등이 고조되면서 근현대사를 잘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고대사를 자꾸 끄집어낸다. 선덕여왕이니 미실이니, 있지도 않았던 이야기에 집착한다. 근현대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른다. 바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야기다."
고대사 끄집어내기 "걱정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