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지만 귀한 나눔

아이티 지진 참사 기금 마련 공연 참가기

등록 2010.02.08 14:54수정 2010.02.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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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고 있는 곳은 벤쿠버에 위치한 UBC(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안에 있는 세인트엔드류스홀이라는 조그만 기숙사이다. 이 기숙사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다. 이곳에서 어제(2월 7일) 아주 작지만 귀한 나눔행사가 있었다.

 

아이티지진참사가 발생하면서 이곳 벤쿠버에서는 온통 아이티지진참사를 돕기 위한 기부행사가 계속되었다. 캐나다 전체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가 접한 곳만 해도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영어를 배우기 위해 다니는 사설 학원, 성당에서도 모금을 하였다. 그리고 각 단체에서도 크고 작은 기금마련 행사가 이루어졌는데, 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도 아이티에 보내기 위한 지진복구 기금마련을 위해서 바자회와 기념공연이 있었다.

 

며칠 전 직원으로 계시는 한국분으로부터 공연이 있는데 공연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덥석 참가를 약속하고 말았다. 아이들에게 주변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그 방법은 아주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엄마의 대책없는 약속으로 아이들은 졸지에 공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드디어 공연일이 다가왔다. 공연장은 기숙사 안에 조그만 센터였고, 그 흔한 플랑도 없었다. 대신 센터 밖과 안에는 기금모금을 위해 사람들이 내놓은 물건들로 작은 벼룩시장이 벌어져 있었고, 기금모금을 위해 가정에서 직접 만든 케이크며 샌드위치 과자, 빵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우리 딸들은 한복을 입었다. 혹시나 학교에서 행사가 있으면 입지 않을까 해서 출국 당시 가져왔던 것이다. 흔쾌히 한복을 입겠다는 찬현이와 달리 사춘기인 큰딸 찬진이는 많이 쑥스러워했다.

 

찬진이와 찬현이의 차례는 맨먼저였다. 찬현이가 리코더로 '아리랑'을 연주하면 바로 찬진이는 단소로 다시 연주하고, 이어서 찬현이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리코더로 불고 이어 휘파람으로 에델바이스를 불고 찬진이가 단소로 '산도깨비'를 연주하여 마무리하였다. 너무나 서툰 연주였지만 사람들은 진지하게 들어줬고, 큰 박수를 쳐줬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찬현이와 달리 찬진이는 쑥스러워서 고개도 들지 못하고 겨우 연주만 하는 형국이었는데도 말이다.

 

프랑스 아이들과 엄마들로 구성된 어린이 팀이 뒤를 이었고, 뒤로는 제법 노래를 잘하는 대학생들의 연주가 이어졌다. 공연자의 실력이 모두 대단한 것만 아니었다. 우리 딸들도 그렇지만 어린아이들과 엄마들로 구성된 프랑스팀도 마음으로 참여한 경우인 듯 했다.

 

사실 아이티 지진 참사 기금마련을 위한 바자와 공연이라고는 하나 그 규모를 보면 너무 작고 초라하다 싶은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얻은 총수익이 600불 정도라고 하니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0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그 동안 많은 사람이 준비하며 들인 시간이며 수고를 생각하면 정말 작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즐겁게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가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다. 세상을 바꾸고 아름답게 바꾸는 힘은 커다란 걸음이 아니라 실은 이런 작은 걸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첨부파일
SDC11615.JPG
SDC11618.JPG

덧붙이는 글 | 첨부 사진 1은 우리 아이들이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첨부 사진 2는 프랑스 엄마와 아이들의 공연모습입니다.

2010.02.08 14:54ⓒ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첨부 사진 1은 우리 아이들이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첨부 사진 2는 프랑스 엄마와 아이들의 공연모습입니다.
첨부파일 SDC11615.JPG SDC11618.JPG
#아이티지진참사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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