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시수표를 분석한 것입니다. 1,2 학년은 국어와 수학이 늘고 3-6학년은 수학과 영어가 늘었습니다. 교과부는 이런 자료를 보고 교육과정이 다양화되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는 주5일제때문에 교과별로 균형있게 34시간을 감축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20%증감까지 하라고 해서 교육과정 시수표가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신은희
교과부 입장에서 보기에 10시간 안팎으로 늘어난 시간이 별로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증감율은 초등학교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작년부터 일제고사 때문에 주지교과 수업이 늘고 예체능 수업을 아예 하지 않는 학교가 나타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자율화사례로 포장되는 것이다. 특히 체육과 실과에서 6시간 - 10시간 넘게 준 학교는 새학년이 되어 아이들이 알게 되면 매우 실망할 것 같다.
수업시수 증가로 주5일제 이전으로 돌아가둘째, 대부분의 학교에서 연간 수업시수가 늘어 학생과 교사의 학습 부담이 매우 늘었다. 학교별로 수업시수가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35시간까지 늘었다. 현재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월2회 주5일제 수업때문에 교과별로 전체 34시간을 줄이게 되어있다. 이걸 줄이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난 곳도 있으니 토요일 수업을 평일날 나눠서 하게 된 것이다. 어른들로 비춰보면 주5일제로 노는 대신 평일에 연장근무를 하는 셈이다. 심지어 1학년까지 11시간 늘려놓은 학교가 있었다. 교과부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서울지역 학교이다.
이제 새학기가 되면 많은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아우성을 칠 것이다. 특히 3학년은 그렇지 않아도 주당 25시간에서 30시간(영어 증가)으로 5시간이 늘어나는데 수업시간이 더 늘어나 실제 느끼는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교사들은 작년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부진아 지도로 평균 2시간 정도가 늘었는데, 여기에 수업시수가 더 늘어 힘들 뿐만 아니라 수업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올해 교원평가제며 연간 4회 수업 공개가 좋은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자교육 불법으로 끼워넣기둘째, 한자교육이 생겼다. 7차교육과정에서는 재량활동 시간에 정보통신활용교육을 반드시 하게 되어있다가, 작년부터 시행된 2007개정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창의적인 활동을 많이 하도록 규제를 다 없앴다. 그런데 대체 왜 한자 교육이 들어갈 것일까?
이는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강조한다는 창의적 체험활동(재량과 특별활동 통합)에 한자가 들어간 것을 악용한 사례이다. 초등학교에는 보건에 한자, 정보통신활용교육까지 들어가서 오히려 재량권을 발휘할 시간 자체가 대폭 줄었다.(관련기사:
MB임기 끝나도 교육과정 삽질은 2016년까지 쭈욱?) 교과부의 보도자료에 있는 말을 절대 액면그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대표적 사례이다.
교과부는 이 항목은 교육과정자율화 항목에 넣지 않았다. 그런데 전부터 교육과정을 어기고 교장들의 압력으로 한자교육을 하던 일부 지역에서 학교자율화를 빙자해 불법으로 넣은 것이다. 서울은 여기에 디자인 과목까지 반영하라고 담당 장학사들 이름이 들어간 교재를 공문과 함께 내려 보냈다.
재량과 특별활동 통합? 결국 탁상행정 셋째, 4개 학교에서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서류상 통합하였다. 초등학교는 굳이 통합하지 않아도 이미 주제중심으로 교과까지 통합하여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곳이 많다. 오히려 여기에 한자 등의 과목이 들어와 앞으로 이런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이걸 굳이 통합하면 복잡해진다. 현재 성적표에는 재량활동 따로 특별활동 따로 나뉘어 있다. 교육청의 예시를 보니 같은 주제(가령 진로)를 재량에 0시간, 특활에 0시간으로 나눠서 쓰라고 한다. 그런데도 단순히 표로만 합쳐서 (재량․특활)이라고 편집하면 교과부는 통합사례라며 자율화 점수가 높다고 선전한다. 조삼모사에 탁상행정이 따로 없다.
20% 증감은 서류로만 하고 수업은 알아서 하라?학교에서는 이런 교육과정을 짜면서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이 방안이 발표될 때부터 현장 교사들은 말도 안된다고 하였다. 현재 교과서 내용이 주어진 시간 다 써도 아이들이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어느 교과 시수를 함부로 늘리고 줄인단 말인가? 게다가 뻔히 주지교과 늘리라는 소리인데 그러면 초등교육의 성격과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학교장도 교사인지라 당연히 이걸 모를 리 없다. 그렇지만 교육청에서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짜면 돌려보내고 학교평가에 반영한다니 어쩌겠는가? 학교장 중임제도 강화한다는데 말이다. 그러니 교육청에 보내는 시수표만 그렇게 내 달라고 애원을 하거나 아니면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실제 수업은 교실에서 담임이 알아서 전처럼 하라고 하면서. 결국 학교자율화는 초등학교마저 서류조작을 강요하거나 이중장부를 일반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