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세워진 게시판. 현에서 마을 주민에게 댐사업과 관련한 공지사항을 게시하고 있다.
전은옥
규슈에서도 현재 15개의 댐 사업이 재검토 대상이다. 열흘 전, 규슈 나가사키현과 사세보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시키(石木) 댐 건설예정지를 다녀왔다. 나가사키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을 달려, 가와타나(川棚町) 역에 내렸다. 촉촉한 비가 내리는 일요일이었다. 일부러 마을 구석구석을 큰 흐름 속에서 마주하고 싶어 댐 건설시 수몰예정지인 코바루까지 1시간 이상을 걸었다. 시골길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산과 들, 하천의 깊고 풍부한 자연 냄새에 감탄하며 발길을 내딛은지 얼마 안되어 도로변에 세워진 대형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댐 건설에 찬성하는 '가와타나의 장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만든 것이었다.
"이시키 댐 건설로 수해없는 마을 만들기. 코쿠조 산과 이시키 댐과 온천으로, 동부에 새로운 미래를!"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2년 전 방문했던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 강정마을의 갈라진 공동체, 찬반의 양깃발이 태극기와 노란 깃발로 선명하게 나뉘어져 있던 모습이 머리 속에 되살아 났다. 한참을 걷다 보니 에너지의 절반은 태양열에서 얻어 사용중인 공장과 대규모 채석장도 나타났다.
가와타나 코바루(川原)에 도착하자 35년동안 댐 건설에 반대하며 마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현주민 이와시타 카즈오씨가 기자를 맞아 주었다. 여느 시골 아저씨 같이 푸근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댐 건설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이 1975년이므로 이와시타씨가 스물 여덟 혈기왕성한 청년의 때였다.
82년 기동대가 투입되어 강제측량이 실시되었을 무렵 마을 주민의 반대운동이 가장 강렬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이 싸움에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지친다고 웃으며 대답한다. 댐을 건설하려면 토지 강제수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 대상자로 전락한 67세대 중에 80%가 이미 고향을 등지고 떠났고, 남은 것은 "결사 반대"를 외치는 13세대뿐이다.
반딧불이 서식지로도 유명한 아름다운 마을 코바루에는 남은 자들이 "사요나라 댐", "팔고 울기보다 웃으며 단결", "토지 강제 수용 중지하라", "자연이 남긴 반딧불의 마을, 생명을 지키는 녹색 댐을" 등의 구호가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잠시 헷갈렸던 기자가 "녹색댐이 무슨 뜻이에요? 시와 현이 추진하는 댐 말고 다른 종류의 댐도 있나요?"라고 어리석은 질문을 던지자, 이와시타 씨가 "댐을 만드는 대신 생명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는 방식으로 물을 관리하고 물 대책을 세우자는 의미"라고 대답을 해준다.
현재 나가사키 현과 사세보 시가 홍수대책과 물 부족, 즉 치수와 이수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시키 댐은 댐 건설에 따르는 부수 사업으로서 도로공사 등의 입찰 등도 마친 상태이고, 편향적이며 날림이라는 이유로 많은 지적과 비판을 받고 있는 전문가 의견 청취나 환경영향평가 및 공개 사업 설명회 등도 마쳤다. 작년에는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반대 주민들을 어떻게든 강제 이주를 시켜 사업을 신속히 진행시키는 수단으로서 현과 시가 국토교통성 규슈 지방정비국에 '사업 인정 허가'를 신청했다.
사업인정이란 국가가 만든 법률적 효력이 있는 제도로서, 사업에 있어서 그 공익성을 판단하여 주민의 피해가 있더라도 공익성이 인정되면 토지 강제수용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제도이다. 사업 인정을 받더라도 주민과 사업추진 쌍방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원만히 타결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나, 그것은 허울 좋은 말일 뿐, 타결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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