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념포럼 연사로 나선 권태신 국무총리 실장은 강연의 상당 부분을 세종시 수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이정환
이날 강연 요지를 세 마디로 요약하면, 엄청난 국정 비효율을 초래하고 국민 세금만 낭비할 것 같아 마련한 것이 세종시 수정안인데, 왜 이념, 계파, 지역이기주의 등에 사로잡혀 수정안을 반대하느냐는, 선진 일류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분열과 대립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소감은 '참혹했다'. 이러니 '선진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 참 멀고도 험한 것이구나. 바로 권 실장의 '말말말' 때문이었다. 우선 무책임해 보였다.
그는 세종시 원안을 "소위 원안"이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편법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로 규정하기도 했다. 원안을 거론하며 "세상에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원안을 만들며 140회나 공청회를 했지만, 도시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한 회의는 없었다"고 단정했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 그는 참여정부 시절 재정경제부 차관에, 특히 행복도시특별법 통과 당시에는 청와대 경제정책 비서관까지 지냈다. "편법으로 내놓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소위 원안"이, 다시 그의 표현을 빌리면 국민들을 "뻔히 보이는 낭떠러지"로 이끄는 동안, 권 실장은 무엇을 했는가. 이에 대한 책임에서 과연 자유로운가.
남강댐 반대론은 지역이기주의로 단정
심지어 수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하려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끌어들였다. 그는 "지방 균형 발전 때문에 해수부를 부산으로 가라고 했더니, 노무현 당시 장관이 범부처적으로 반대운동을 했다"면서 "나중에 인천에 가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안 옮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덕이라고까지 얘기하셨다"고 소개했다.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전 대통령을 이런 식으로 도마에 올려야 하는지. 더구나 한 때 자신이 근거리에서 모셨던 대통령을, 고위 공직자라면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선 안 될 말'이었다.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는 "영남·호남의 갈등을 이용해서 대통령이 되는 건 다 아실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공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공식 석상에서는 조심해야 할 '예민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최근 경남 지역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남강댐 수위 상승 반대 움직임을 쩨쩨한 지역이기주의로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진주 남강댐 높이를 5m 높여 경남 지역에서 쓰고 남는 물을 부산에 보내주겠다는 것"이라며 "다 같은 형제인데, 왜 저렇게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졸지에 반대론자들은 '쫀쫀한 사람들'이 되고 만 셈이다.
"참 비합리적이고, 비능률적 프랑스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