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와 감동

극한 상황에서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바로 지혜

등록 2010.02.06 14:04수정 2010.02.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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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의 비상이다!"

  대지를 도약하며 하늘로 비상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기상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 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아니 수백 수천의 새들이 동시에 날갯짓을 하고 있으니, 그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창공으로 박차 오르고 있는 모습은 가슴에 고스란히 박히고 있었다.

 

비상 기러기
비상기러기정기상
▲ 비상 기러기 ⓒ 정기상

 

  금강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새들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였다. 호수 위에 무리지어 앉아 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조차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물론 개체들마다 독립적인 생명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슴에 전해지는 느낌은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이다. 각 개체가 무리를 이루면서 거대한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금강호에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새가 사라진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주변 환경이 오염이 되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의견에서부터 시작하여 먹잇감이 부족하다는 의견, 혹한으로 호수가 얼어서 살 수가 없었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들로 교차하고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한동안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호수의 섬 기러기가 만든
호수의 섬기러기가 만든정기상
▲ 호수의 섬 기러기가 만든 ⓒ 정기상

 

  다시 찾아온 철새들이 반갑다. 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돌아왔으니 된 일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새들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항상 조건이 좋을 수만은 없다.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악조건이 된다고 하여 삶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날마다 좋기만 하면 인생의 재미는 반분되고 말 것이다.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기러기들의 비상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의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좋은 상황에서만 삶은 이루어질 수 없다. 헤쳐 나가야 하는 고개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더욱 더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자유 금강의
자유금강의정기상
▲ 자유 금강의 ⓒ 정기상

 

  어려운 국면을 정면 돌파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바로 인생의 맛이다. 밋밋한 일상에 단조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순간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험한 길을 걸어갈 때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하루하루의 삶의 과정이 바로 생활의 참 맛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러기의 여정을 본다. 시베리아 혹한을 피해서 남쪽으로의 여행은 시작된다. 멀고도 험한 여정이지만 그 것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 만약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가시밭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삶의 여정에서 급할 것도 없고 마음 조릴 이유도 없다. 순간순간의 과정이 모두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그리움 순간의
그리움순간의정기상
▲ 그리움 순간의 ⓒ 정기상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바로 지혜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함이란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순간순간이 기쁨이 될 수 있다. 닥치는 어려움이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그 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들은 영원히 남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는 극한의 고통이지만 가슴에는 따뜻하게 채워주는 그리움으로 자리를 잡는다. 각인되어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움은 살아 숨 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바탕이 된다. 그리움으로 정착된 것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된다.

 

여유 망중한
여유망중한정기상
▲ 여유 망중한 ⓒ 정기상

 

  하늘로 비상하는 기러기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가슴에 그리움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다.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자유를 품는 것이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모두 다 걷어내고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벅차오르는 감격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2010.02.06 14:04ⓒ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데일리언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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