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크로키>술이 취해 그린 지하철 크로키. 이 그림도 드렸다. 1호선. 2010.2.4.이동수
▲ <아저씨 크로키> 술이 취해 그린 지하철 크로키. 이 그림도 드렸다. 1호선. 2010.2.4.
ⓒ 이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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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호호호 정말 똑같아요~!"
이런! 술이 확 깼다가 다시 취했다.
"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손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 계속 그려나갔다. 여자분이 남자일행에게 말했다.
"이 분이 그리시는데 정말 똑같아요. 호호호..."
남자 분이 보고 싶으시단다. 또 술이 깼다가 다시 취한다.
"잠깐만요. 다 그린 다음에..."
그래서 갑자기 주변의 눈길들이 쏠리는 가운데 마무리를 했다. 다 그린 후 보여주니 다행히 맘에 들고 재미있어 한다. 분위기 좋다. 먼저 그렸던 여자분 그림도 보여줬다.
"어머머~ 이거 저예요? 저랑 똑같아요. 호호호"
그래, 평소에 이런 것 하고 싶었다. 용기를 내자.
"잠깐만요. 사진 찍고 드릴게요."
"네? 정말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남자분이 "어? 우리 내려야 하는데..." 한다. 이런 하필 타이밍이 이렇게 되나 싶었다. 그러나 나는 취한 놈. 취한 김에 용기를 좀 더 냈다.
"사진 찍고나서 드릴테니 한 정거장 더 가세요." (이럴 수가!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그랬더니 정말 두 분이 한 정거장을 더 가셨다. 나도 사진을 찍어 그림기록은 남긴 후 그림을 조심조심 찢어서 두 분께 드렸다.
"어머, 고맙습니다~!"
"이야~ 감사합니다"
"아..제가 고맙지요. 이걸로 작은 기쁨을 얻으신다면 저도 감사하지요."
그래서 한 정거장 더 간 값으로 내 그림을 드린 셈이 됐다. 블러그도 알려달라고 해서 블러그 주소도 적어드렸다.
사실 평소에 그림을 그려서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그림을 당한 분들에게 그림을 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왔었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민중미술의 뜻이고 지향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 속에서 그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그건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일. 더욱이 자칫 기분을 상하게 되면 서로 곤란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내 그림 받고 기뻐하는 일을 겪고보니 나도 감사하고 기쁘다.
자주는 못하겠지만 가끔은 내가 그린 그림을 그림당한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다. 그래서 작은 재주로나마 사람들이 삶 속에서 깜짝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그렇게 살짝, 내가 생각하는 민중미술이 꿈꾸는 세상을 같이 나눠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들과 다음 뷰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2.06 13:5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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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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