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접시에 덜어먹기 좋게 잘라놓은 보쌈김치. 밤이나 해산물은 안 들어갔어도 알맞게 익은 속과 약간 매콤한 맛이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이덕은
이윽고 나오는 초벌된 돼지갈비. 돼지갈비는 얇게 저며 짙은 양념이 밴 것이 아니라 투박하게 옛날 먹었던 통갈비를 연상시킨다. 대학 다닐 때 제주항에는 웬 돼지갈비집이 그리도 많았던지? 연탄불 드럼통을 끼고 앉아 노릇노릇 익혀, 냅킨대신 잘라놓은 싸구려 뻘건 포장지로 잡아 이빨로 골막까지 벗겨먹던 돼지갈비의 추억이 떠오른다.
석쇠 위에는 간장소스에 마늘을 잘라 넣었는데 잘 구워진 고기로 듬뿍 찍어 먹으니 소스는 그냥 간장이 아니고 불고기 육수다. 이러니 돼지갈비 양념이나 소스 맛이 싱겁다고 떠들지. 그러나 요새 갈비양념은 너무 달고 진해서 아이들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니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양념 묻힌 건더기를 먹는 느낌이다. 오히려 이 정도 양념과 불고기 육수가 노릇하게 익혀진 고기의 순수한 맛을 살아나는 것 같아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