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천 풍속화 중 디딜방아과거 어머니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해야만 했다. 나들이는 생각도 못하고
하주성
사람이 살다보면 괜히 우울해질 때가 있다. 무심한 척 하다가도 곁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편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우 녀석들에게 전화를 해도, 함께 술 한 잔을 기울일 마땅한 사람도 없다. 혼자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가 술잔을 비워보아도, 술 맛이 나질 않는다. 그러고 보면 사람만큼 간사한 것도 없다.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혼자 시무룩해 술을 마시고 있는데, 옆방에서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난다.
여자분들 4 ~5명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요즈음은 별 이상한 풍경도 아니다. 아마 동창회라도 하는가 보다. 그런데 신경을 쓰지 않아도 소리가 들린다. 그 이야기 소리들을 들어보니, 대충 남편의 험담들이 한창이다. 남자들도 별로 다를 바는 없을 것이다. 들리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저 나이쯤 들면 남편 험담 한 가지씩은 누구나 할 수 있을 테니까.
남편 험담이 시어머니에게로남편 험담을 하다가 지쳤는지, 이번에는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다. 시어머니에 대한 험담이다.
"애, 우리 시어머니는 아직도 남편이 아이인줄 알아. 더 가관인 것은 우리 남편이야. 어머니가 말만하면 괜히 엄살을 부리지를 않나. 내가 혼자 잘 먹고 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가 나한테 남들처럼 잘해 준 것도 없는데 말이야."남편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 시어머니가 남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 마디씩 하는 것이 농도가 점점 심해져 간다. 남의 일에 간섭할 것은 아니지만 그 이야기들을 듣다가보니, 참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살림살이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저렇게라도 풀고 살 수 있는 요즈음 여자들이 참 행복하단 생각이다.
꼬댁각시 불쌍한 둥 한 살 먹어 어멈죽고 두 살 먹어 아범 죽고 세 살 먹어 말배우고네 살 먹어 글을 배워 삼촌네 집을 찾아갔네심촌숙모 불 때다가 부지깽이로 나려치네아이고 담담 설운지고 이내 설음 또 있으랴삼촌이라 방 쓰는데 방이라고 들어가니삼촌이 거동보소 방 쓸다 말고 빗자락으로 나려치네 아이고 담담 설운지고 이내 설음 또 있으랴
꼬댁각시 세대에 태어났으면 어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