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저녁으로 먹은 회
이지아
얼마 전에는 저녁에 회를 먹었습니다. 일하고 집에 가니, 스티로폼 박스에 회가 한 가득입니다. 엄마는 상추를 씻고, 양념을 만들고 계셨지요. 아마, 그 전날도 아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언니는 저녁 먹으러 안 온대?". 결국 그 다음날 아빠는 회를 한 박스 사 오셨습니다. 그러고는 언니에게 전화를 합니다. "회 사왔으니 장서방이랑 와서 먹고 가라." 언니는 형부와 와서 회를 먹습니다. 물론 에스키모인 옷을 입은 귀여운 조카도 함께 오지요. 조카는 회 값과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즐거움을 할아버지에게 주고 한참을 있다 돌아갑니다.
또 얼마 전에는 아빠가 엄마한테 김밥이 먹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직접 김밥 재료를 사올 테니, 집에서 김밥을 말아서 먹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진짜로 김밥 재료를 사오셨습니다. 그 주 토요일 언니는 집으로 와서 어묵을 볶고, 달걀을 굽고, 시금치를 무쳤습니다. 그리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김밥을 먹었습니다. 그 사이 조카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어지르고 책을 보기도 하고, 엄마 화장품을 만지고, 안 되는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안 되는 손짓으로 율동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