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총선 당시 최초 대학생 후보 이주희씨
김용한
그러나 그 이후로도 대학생 정치 진출은 여전히 요원한 일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학생 출마자 수는 '0'명을 기록했으며,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노동당 6명, 무소속 3명 등 20대 출마자들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은 대학을 이미 졸업한 20대들이었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전국 유일의 대학생 후보로 총선에 도전한 여민영씨(당시 만26세, 부산대 재학 중)가 부산 남구 갑 지역구에서 11.9% 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부산 남구 갑 지역은 여러 대학이 밀집해있는데, 이 지역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전면에 걸고 총선에 나선 친구이자 대표인 여민영 후보에게 지지를 보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당시 여 후보는 유세 기간 내내 오로지 등록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
높은 피선거권 연령과 88만원 세대의 사회적 배경이 걸림돌지금도 여전히 각 정당들이 20대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17대 대선을 통해 인터넷과 젊은 층이 가진 위력을 실제로 확인한 이후, 이러한 노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확실하게 20대 대학생들의 정치참여를 넓힐 수 있는 '대학생 정치 진출'은 여전히 쉽게 접하긴 힘들 전망이다.
일단 선진국에 비해 높은 피선거권 제한 연령이 첫번째 걸림돌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선거법은 피선거권이 주어지는 연령을 만25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요즘 대학생들이 만23~25세 사이에 졸업하는 걸 감안하면 대학생의 정치 진출은 쉽지 않다.
황규철 민노당 학생위원회 집행위원장(27, 고려대)은 "만25세 이상인 대학생들 중 정치에 진출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민주당 대학생 특별위원장 장경태씨(28) 역시 대학생들의 정치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로 연령제한을 들었다.
한편 이러한 피선거권 연령 제한이 너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독일의 경우 만19세 국회의원 안나 뤼어만을 배출했고 영국, 프랑스 등도 만18세를 선거 참여의 합당한 기준 연령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임종인 전 국회의원은 17대 국회에서 공직 선거의 피선거권 연령을 만18세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높은 피선거권 연령 외에도 무한 경쟁 질서속에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현실 또한 정치 진출을 가로막는 높은 장벽이다. 대학생 박민희씨(26, 이화여대)는 "요즘 새내기들은 입학과 동시에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취업 준비 때문에 도전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에 관심을 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소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대학생들은 고액 등록금과 청년실업, 살인적인 무한 경쟁 속에서 사회적 약자로 내몰림과 동시에 '정치'영역에서 스스로를 배제한 채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계속해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2010 지방선거 D-119, 대학생들의 도전은 계속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