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이긴 사람들> 겉 표지
이윤기
국가란 무엇인가? 국정 교과서를 통해 세상을 배우던 시절에 국가는 국민, 영토, 주권으로 이루어진다고 달달 외웠습니다. 이때 국민과 영토 주권은 국가에 속해 있는 종속적 개념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훨씬 나중에야 국가는 국민들이 일정한 영토에 통치권을 세운 공동체 정도로 정의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국가는 국민에게 속해 있는 개념이었지요.
그제야 국민들은 국적을 바꿀 수도 있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때때로 국가는 모든 것을 바쳐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국가와 애국의 탈을 쓰고 등장하는 '독재 정부'는 더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와 정부를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와 국가를 동일시 하는 청년들은 부당한 전쟁에 나가기도 하고, 국가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겠다는 각오를 하기도 합니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 그들이 생명을 무릅쓰는 대상이 국가가 아니라 정부라는 더 나아가 막대한 부의 소유자들, 정부와 연결된 거대 기업들이라는 점을 생각했더라면 그 청년들은 망설이지 않았을까?"(본문 중에서)하워드 진이 쓴 책<권력을 이긴 사람들>은 바로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애국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지는 책이지요. 그는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되는 문서인 독립선언서에 포함된 민주주의 원칙을 받아들인다면, 애국이란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는 결코 아니라고 합니다.
"독립선언서에 따르면 정부는 '생명, 자유, 행복추구'에 대한 모든 이의 동등한 권리와 같은 어떤 목표들을 지키는 일을 하라고 국민들이 세운 인위적인 산물이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정부라도 언제든 이 목표들을 파괴하게 되면 그 정부를 바꾸거나 무너뜨리는 것은 인민들의 권리이다."(본문 중에서)따라서 진정한 애국주의라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지켜야 할 가치들, 즉 평등,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과 같은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며, 그 가치를 손상시키거나 훼손하는 것은 비애국적인 행동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죽어가고 있는 병사들은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를 위해 죽어가고 있으며, 체니, 부시, 럼스펠드를 위해 죽고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이 석유카르텔의 탐욕을 위해, 미 제국의 팽창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통령의 정치적 야망을 위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하워드 진의 주장입니다.
애국주의, 국가주의는 국민들의 균형감각을 상실하게 만들어서 진주만에서 2300명이 죽었기 때문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24만 명을 죽인 것을 정당화해주고, 9·11 사건에서 3천여 명이 죽은 사건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수만 명을 죽이는 일을 정당화해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미국이 역사에 등장했던 다른 제국주의 열강들과 다르고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이긴 사람들>에는 우리에겐 낯설지만, 헨리 데이빗 소로, 유진 뎁스, 로젠버그 부부, 사코와 반제티, 대니얼과 필립 베리건 형제와 같은 권력을 이긴 사람들의 감동적인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은 시간과 장소를 넘어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한국을 비춰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한 책입니다.
오바마 당선되면 부시보다 나을까? - 하워드진 교육을 말하다교육이 학생과 시민들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