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물질방파제 등대 아래 짙푸른 바다에서 물질 중인 해녀들
박상건
산지등대는 1916년 10월 무인등대로 처음 불을 밝혔다. 유인등대가 된 것은 1917년 3월. 그리고 1999년 12월에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등탑을 만들었다. 등대의 등탑은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는 18m 크기이다. 2002년 12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매우 높은 빛 에너지를 자랑하는 고광력 회전식 대형등명기로 교체됐다.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산지등대는 붉은 빛을 피워 물고 어선들을 반기고 지켜주는 헌신적인 삶의 상징이다. 부서져서 더욱 아름다운 파도의 하얀 포말에 온몸 던져 출렁이며 출항과 귀항, 만선과 빈 배의 삶을 되풀이하는 어민들 삶과도 잘 어우러져 있다. 이곳을 찾는 여행자가 깊은 사색과 아름다운 깨달음의 공간으로 받아들인 이유다.
등대에 서서 기쁨과 슬픔을 털며 사는 지혜를 터득하고 사실 제주사람들에게 '봉'이라는 이름은 '오름'이라는 말보다 낯설다. 그런 제주 사람들에게 사라봉은 각별하다.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대개 오름인데 등대를 받치고 선 사라봉은 사라봉공원으로 부르며 일상에 즐겨 찾는 명소로 여긴다. 사라봉에 오르면 제주도의 관문인 제주항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편다.
제주항은 항해 선박과 여행객의 만남과 이별이 제일 먼저 이루어지는 곳이다. 제일 먼저 그 마중과 배웅을 절벽 위에서 청사초롱처럼 들고 나서는 이가 하얀 등대다. 산지등대는 그런 기쁨과 슬픔의 파도와 포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서 있었을 것이다.
등대를 울타리 친 돌담길은 돌이 많은 제주문화를 그대로 상징하는 듯 했다. 풋풋한 시골 내음과 긴 세월 갯바람에 나부끼면서 젖어든 제주정서를 표현하는 올레처럼 시내 여러 길에서 오솔길로 나뉘어 등대에 이른다. 등대에 다다르면 마치 고향집 흑백 사진첩처럼 퇴색한 돌담 이끼들과 푸른 화초들이 더불어 제주 역사와 전통의 그늘을 재현해준다.
이곳에서 일하는 등대원은 3명. 크고 작은 해상사고가 빈번한 제주항 일대를 지켜보며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불철주야 긴장한다. 그리고 시나브로 등대를 찾아오는 청소년 체험학습코너와 일반인에게 개방된 일부 숙소를 관리하고 1시간 단위로 해상날씨를 체크해 기상청에 통보한다.
제주공항-제주항-도두항-해녀촌-방파제-카페촌으로 이어진 해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