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식당을 찾다가 발견한 <한국식당>의 모습. 주변의 어둠 때문인지 <한국식당> 간판 네온사인이 더욱 밝아보였다. 왼쪽 모서리 작은 사진은 정면에서 간판과 호돌이 마크.
이유경
미 중부에 역사적인 한파가 몰아치던 바로 그날, 지난 6일은 하필 우리집 이삿날이었다.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바깥 온도가 영하 25~30도에 달하는 그때, I-80(80번 인터스테이트 프리웨이)에는 화물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이나 간간히 지나다닐 뿐, 어린 아이 둘을 실고 여행하는 차는 우리밖에 없는 듯 싶었다.
동북부에서 몰아쳐내려오는 폭풍우에 갇히지 않기 위해 쉴 새 없이 서쪽으로 달려야했던 우리 가족은, 네브라스카를 빠져나와 와이오밍에 접어들었을 저녁 무렵 따뜻한 국물과 밥이 간절했다.
와이오밍 주의 샤이엔(Cheyenne). 말이 주도(州都)지, 인구 5만 명 정도의 작은 읍내같은 곳이다. 알고 보니, 샤이엔은 와이오밍에서 가장 큰 도시이지만, 주별로 '제일 큰' 도시를 비교하면 버몬트 주의 버링턴 다음으로 제일 작은 도시다.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을 보면 와이오밍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참고로 '브로크백 마운틴'은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산이고, 영화의 실제 촬영지 또한 미국의 와이오밍이 아닌 캐나다의 알버타지만, 인적없이 황량한 덤풀로 끝없이 이어지는 돌산의 분위기만은 진정 와이오밍답다.)
그런 곳에서 따뜻한 한국식 밥과 국물을 찾다니…. 미국 생활 10년째에, 한인들로 바글거리는 대도시부터 아시안 자체가 뜸한 작은 도시까지 두루 다녀본 내가 그런 야무진 꿈을 꿨던 것은 그만큼 그 날의 여정이 워낙 살벌했기 때문이다.
그저 베트남 식당이나 하다 못해 중국 식당이라도 있다면 뜨거운 포 국수나 덤플링 수프(만두국)라도 먹지 않을까 싶어 간절히 아시안 식당을 찾았는데, 세상에나 '한국식당'이 있었다.
이런 시골동네에 한국식당이 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