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애습지. 사람의 손때가 타지 않은 천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서광호
Why You Choose Your President?스님의 말로 순례의 마침표를 찍었다. "공사가 거의 안 보이는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강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는 애끓는 스님의 목소리 끝이 여리게 흔들렸다.
사실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논란은 경제적 손익과 정치적 논리, 공학적 수치만이 입에서 입으로 오고갔다. 논란의 진짜 주인인 강은 쏙 빼고 말이다. 그러다가 요즘엔 그 관심마저 시들해졌다. 그 사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하는 곳에서 공사는 재바르게 진행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는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는 순간에 말이다.
순례를 함께한 일본인 아유코양의 말이 새삼 무겁게 느껴졌다. "Why You Choose Your President?" 이 말의 방점은 '대통령'이 아니라 'You'에 있다고 생각된다. 외국인도 부러워하는 강을 가졌지만, 우리는 그 강을 잊고 살았다. 대통령 탓이 아니다. 콘크리트 구조물로 흐르는 강에 어깃장을 놓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라 여겨진다.
지율 스님 역시 "우리를 되돌아 봐야 한다"면서 "정부의 일을 막기보다는 정부의 방향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가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눠야 한다"고 부탁을 했다. 책임은 우리가 나눠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산천의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스님의 진심어린 당부가 통했을까? 순례자들은 하나 같이 자신이 감당할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듯했다. 서울에서 온 고1 학생은 "공부만 하다 보니 몰랐다"며 "사람들 모여서 세상은 변한다. 후대에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다짐을 했다.
또 다른 분은 "서울로 돌아가면 1인 시위를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 그리고 수도권에서 1만 명을 낙동강으로 데려와 보여주겠다. 그러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고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부산 금정구에서 온 아이 엄마는 "직접 와보니 너무 아름답고 아이들이 자기 아이들 손을 잡고 올 수 있게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며 "1인 시위나 여러 활동을 통해 알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국책 사업의 무지막지한 추진력 앞에서 흔히 사람들은, 아둔한 숙명주의자나 궁상맞은 패배주의자, 아니면 약삭빠른 보신주의자가 된다. 그것도 아니면 자화자찬이 습관화된 낙관주의자나 자학이 일상화된 비관주의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일단 와서 눈으로 강과 산을 보라! 분명 아둔하지 않고 궁상맞지 않고, 약삭빠르지도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1000명이 보면 1000개의 눈이 되고, 이것이 바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된다"는 지율 스님의 말을 곱씹으며, 기분 좋은 피곤과 설레는 책임감을 가지고 돌아왔다. 참깨처럼 쏟아지는 고소한 햇살을 맞으면서.
덧붙이는 글 | 지율 스님의 ‘1박 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상주터미널에서 출발한다. 참가신청은 인터넷(http://cafe.daum.net/chorok9)이나 전화( 이국진 010-8969-5051)로 가능하다. 참가비는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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